세무조사를 무마해주겠다며 사업가에게서 뒷돈을 받고 브로커 역할을 한 혐의를 받는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이 7일 서울 중앙지법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8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이른바 ‘본부장’(본인·부인·장모) 비리 공세 수위를 높였다. 윤 후보 검찰 재직시 뇌물 혐의로 수사를 받고도 구속과 기소를 피했던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이 이날 새벽 구속되면서 윤 후보가 당시 윤 전 서장을 비호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민주당은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 주가조작 의혹 수사 촉구와 김씨의 공개 등판도 요구하고 있다.

박성준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윤 전 서장) 구속이 주목받는 이유는 윤 전 서장이 ‘윤석열 검찰’의 비호를 받았던 전력 때문”이라며 “검찰은 윤 전 서장의 구속을 계기로 (비호 전력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윤석열 부인 김건희씨가 받은 (전시기획사의 대기업 협찬 의혹) ‘무혐의’처럼 검찰이 주는 ‘제2의 윤석열 선물’이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윤 전 서장은 2017년 인천 지역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개발 인허가 관련 세무당국 관계자에게 청탁을 해주겠다며 1억여원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이날 구속됐다.

윤 전 서장은 2012년에는 육류 수입업자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6번 반려한 뒤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것이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이던 윤 후보와 윤 전 서장의 친형이자 윤 후보 측근인 윤우진 당시 대검찰청 중수2과장의 ‘수사 무마’ 탓이라는 게 여권의 주장이다.

민주당은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의혹들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비판했다. 민주당 원외지역위원장 협의회는 이날 서울중앙지검에서 “검찰이 사건 배당 이후 김씨를 조사하지 않고 1년 넘게 시간을 끄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기자회견을 한 뒤 1인 시위에 돌입했다. 이경 선대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김씨가 5개 대학교에 채용돼 급여를 받은 ‘허위경력 의혹’에 대해 “경찰은 허위 이력 수사를 철저하게 국민 눈높이에 맞게 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박주민 의원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검찰은 김건희 불기소 군불 때기를 멈추십시오”라고 했다. 김씨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부장검사 조주연)는 지난 3일 주요 관련자들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히면서 김씨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 중”이라고 했지만 김씨를 따로 불러 조사하지 않았다.

조승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윤 후보는 처음에는 윤핵관 뒤에 숨었고, 다음에는 김종인과 이준석 뒤에 숨었다. 그리고 이제는 아바타(AI 윤석열) 뒤에 숨으려고 한다”면서 “심지어 김건희씨는 김재원, 임태희 본부장의 말을 빌어 커튼 뒤에 숨어서 수렴청정하겠다고 선언했다”고 주장했다. 또 “윤 후보 부부, 더 이상 누군가의 뒤에 숨으려고 하지말고, 당당하게 국민 앞에 나서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용민 최고위원은 이날 SNS에 “언론인 여러분, 윤석열 본부장 비리에 대해 질문 해주세요”라고 글을 올렸다.

윤 후보 장모 최은순씨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도 비판 대상이 됐다. 최씨가 공흥지구 개발에 참여한 뒤 토지매입·인허가·개발부담금 면제 등 혜택을 봤고, 공교롭게 당시 윤 후보가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이었다는 것이다. 당시 양평군수는 현재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으로 윤석열 경선캠프에 참여했다. 송평수 선대위 대변인은 “윤 후보 장모 일가는 사놓은 땅마다 용도가 바뀌고 이의제기를 하면 100% 수용될 수 있는 것이냐”며 “우연이 반복되면 인위적인 힘이 개입한 것이고, 행운이 반복되면 봐주는 세력이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민생·경제정책 행보에 주로 나서는 동안 민주당 의원들과 선대위가 윤 후보가 검찰 재직시 권한을 남용해 주변인 수사를 막았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모양새이다. 윤 전 서장 구속으로 민주당의 본부장 의혹 공세 강도는 더 세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선대위 관계자는 “윤 후보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 민주당에 실망한 중도층의 마음을 얼마나 되돌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