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4일 국회에서 2023년도 예산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여야가 김진표 국회의장이 못박은 내년도 예산안 처리 시한을 단 하루 남겨둔 14일에도 협상에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여야는 법인세 인하 등 핵심쟁점을 두고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와 여당이) 끝내 국회 협상을 거부한다면 자체 수정안을 내일 제출하겠다”며 최후통첩을 했다. 국민의힘은 “갑질이자 힘자랑”이라고 맞섰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여당은 오늘까지 예산안 최종 협상안을 제시하기 바란다”며 “끝내 국회 협상을 거부한다면 민주당은 자체 수정안을 내일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협상이 막힌 원인이 윤석열 대통령의 법인세 인하에 대한 강력한 의지에 있다고 봤다. 예산안을 두고 여당이 협상하는 데 가이드라인이 됐다는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야당인 민주당이 (협상) 타결을 위해 오히려 노력하고 있는데 정부와 여당은 책임을 떠넘기면서 두 손을 놓는 식의 한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정부와 여당이 경직되게 협상에 나오는 데는 윤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12일 법인세 인하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예산안과 함께 조속한 처리를 당부한 점을 겨냥한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국회를 행정부의 들러리쯤으로 여기는 윤 대통령은 정부와 여당에 가이드라인을 직접 제시하며 국회의 자율적 협상 공간을 없애버렸다”며 “이익을 많이 내고 있는 초대기업의 세금을 깎아주는 데만 왜 혈안인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와 여당이 수정안을 내지 않자 민주당은 15일까지 합의가 없으면 예산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기자와 통화하며 “내일 오전까지 협상을 시도하고 합의가 없으면 오후에 민주당 수정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9일 국회에서 예산안 불발 관련 기자간담회에 앞서 물을 마시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법인세 인하를 강하게 반대하는 바람에 협상 여지가 없다고 반박했다. 주호영 원내내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예산안 협상 상황에 대해 “각 당의 생각이 다 드러났고 그걸 가지고 더 설득하는 일들은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수정안을 내서 일방적으로 통과하는 것은 안 된다. 정부 수립 이후 74번 (예산안이 통과되는) 동안 그런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자체 단독 수정안 처리 방침에 대해선 “진짜로 갑질이고 힘자랑이고 나라 재정, 경제를 생각하지 않는 일”이라며 “후폭풍을 감당 못 할 것이다”고 경고했다.

 

주 원내대표는 “저희가 최종적으로 할 수 있는 건 없고 오히려 민주당이 최종적으로 (협상안을) 내달라”며 “민주당이 양보하는 수밖에 없다. 법인세를 낮춰서 경제를 활성화하는, 나라를 위해 좋은 양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오히려 민주당의 수정안 단독 처리가 나쁘지 않다는 기류도 읽힌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독 수정안을 처리해도 된다”며 “(민주당 단독안은) 증액하려고 했던 지역예산들을 증액하지 못하는데 더 답답한건 민주당 의원들”이라고 말했다. 국회가 감액과 달리 증액은 정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여야의 벼랑 끝 대치가 이어지면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야당의 수정예산안 단독 처리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다만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을 뒷받침해야 하는 국민의힘이나 ‘의회 폭주’ 프레임이 부담스러운 민주당이 막판 타결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협상 시한인 15일이 법적으로 구속력이 있는 날짜가 아니기 때문에 김 의장이 표결 시한을 더 미룰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 의장은 오는 16일 계획된 일정을 취소하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