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오늘까지 최종협상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자체 수정안을 내일 제출하겠다.”(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민주당 단독 수정안 해도 된다. 우리는 아껴서 살림살이하면 된다. 답답한 건 국회의원들이다.”(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시한 내년도 예산안 처리 기한을 하루 앞둔 14일 여야는 민주당의 수정안 단독 처리를 두고 벼랑 끝 대치를 벌였다. 민주당은 구체적인 로드맵까지 제시하며 단독 처리를 자신했고, 국민의힘은 ‘그래도 상관없다’는 태도로 맞섰다. 막판 쟁점인 법인세 최고세율에서 상대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극약 처방으로 해석된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위와 같이 말하며, 수정안의 내용을 밝혔다. 정부 예산안 639조원에서 0.7%(약 4조원)를 감액했다면서 대통령실 이전 비용 등 민주당이 반대하는 사업 예산을 2조원 가까이 줄이고 나머지는 예비비를 크게 삭감했다고 했다.
본회의에 상정된 예산부수법안 중에서 민주당이 전날 발표한 ‘국민감세안’은 통과시키고, 종합부동산세와 상속세 등 여야가 잠정 합의만 한 법안들은 예산안 처리 후 논의하겠다고도 했다. 민주당표 ‘국민감세안’에는 영업이익 2억~5억원 구간 중소·중견기업의 법인세율을 20%에서 10%로 낮추고, 종합소득세 최저세율(6%) 적용 구간을 과세표준 1200만원 이하에서 1500만원 이하로 높이는 내용 등이 담겼다.
민주당은 수정안 단독 처리에 자신감을 보였다. 당 지도부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달부터 자체 예산안을 만들어 최근 300페이지 넘는 분량으로 부속 작업 준비까지 마쳤다. 기획재정부 출신인 김진표 국회의장과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는 수준이란 평가를 내렸다고 한다. 원래 예산안의 야당 단독 처리가 어려운 건 기재부의 도움 없이 복잡한 시트 작업(명세서 작성) 등을 하기 어렵다는 평가 때문이었는데, 민주당 지도부는 이런 준비까지 문제 없이 마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뜻대로 삭감한 예산을 실제 처리할 수 있음을 보여주면서 법인세 등 쟁점에서 여당의 양보를 이끌어내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25%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22%로 낮추자고 주장하고 민주당은 ‘초부자감세’라며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15일 오전에도 정부·여당과 협상을 이어가지만, 오후에도 성과가 나지 않으면 단독 수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예산안 단독 처리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단독 처리한) 예산에 문제가 있으면 민주당에 뒤집어 씌우려고 한 것”이라며 “단독 처리는 별로 좋지 않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할테면 하라’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진짜로 갑질이고 힘자랑이고 나라 재정, 경제를 생각하지 않는 일”이라며 “후폭풍을 감당 못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이 수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켜도) 정부는 답답하지 않다. 1조8000억원 정도 감액된 것이어서 정부 사업은 충분히 할 수 있다. (올해) 하반기에 쓰지 못한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을 돌려서 쓰면 된다”며 “답답한 것은 지역 예산을 증액하지 못하는 국회의원”이라고 말했다. 예산 증액은 여야 합의 하에 정부가 동의해야 예산안에 반영할 수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 지역구 의원이 훨씬 많은데 ‘주민에게 필요한 거(예산) 하나도 못했다’ 이렇게 되겠지”라며 “지역구 개판 돼도 관계없다 생각하면 (단독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안 단독 처리는 민주당이 더 손해라고 주장하며 법인세 양보를 압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은 어차피 윤석열 대통령이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터라 양보할 수 없는 입장이다. 잘못된 예산의 책임을 민주당에 미룰 수 있고, 이번에 처리 못한 예산을 보강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면 기재부가 주도권을 쥐기 때문에 불리할 것이 없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벼랑 끝 대치가 이어지면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야당 단독 예산안 처리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다만 정치권엔 여야 모두 부담이 적지 않은 만큼 민주당 단독 처리보다는 김 의장이 말한 데드라인(15일)을 넘기더라도 재차 여야 합의를 시도하리란 전망이 더 우세하다. 김 의장은 오는 16일 계획된 일정을 취소하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지역구 의원들이 지역 예산에 돈 보태는 걸로 먹고 사는데, 그걸 전혀 못하면 의원들이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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