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강민호와 롯데 손아섭이 1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오디토리움 ‘2017 타이어뱅크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윤승민 기자



1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 2017 타이어뱅크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앞두고 롯데 손아섭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던 중이었다. 손아섭은 “그동안 골든글러브를 타게 될 때는 ‘받을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지난해는 50대 50이었고, 올해도 느낌이 ‘반반’이다”라고 말하던 차였다.

손아섭은 이어 “그래도 100% 수상을 확신했을 때보다 불확실할 때 받으면 배가 되지 않겠나”라며 말을 이었다. 그 순간 누군가가 밝게 웃으며 손아섭에게 손을 내밀었다. 손아섭은 그를 가리켜 “저렇게 100% 확실한 사람은 오늘 수상해도 감동이 없다”며 맞았다.

그는 삼성 강민호였다. 롯데의 주전 포수로 활약하며 골든글러브 포수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정작 수상은 삼성 소속으로 받게 될 터였다. 강민호는 손아섭과 손을 맞잡으며 “나는 지금부터 (내년시즌에) 너를 잡을 볼배합을 생각하고 있다”고 대꾸했다.

강민호와 손아섭은 이번 스토브리그 초반을 달궜다. 손아섭의 첫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이 관심을 끄는 사이, 강민호는 예상을 깨고 삼성과 4년 총액 80억원의 두번째 FA 계약을 맺었다. 손아섭마저 고향팀 롯데를 떠나리란 불안감에 팬들이 동요하기도 했지만, 4년 총액 98억원의 계약으로 팀에 남았다.

그래도 팬들은 10여년간 안방을 지킨 롯데의 주전포수에게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오랜 기간 같은 팀에서 뛴 손아섭의 마음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일단 둘은 웃는 얼굴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서로에게 덕담을 건넸다. 강민호는 “부산에서 (손아섭과) 개인적으로 자주 만난다”고 말했다. 손아섭은 “오늘 이렇게 꾸미고 왔는데 골든글러브 못받고 돌아가면 속상할 것 같다”며 슬쩍 속내를 내비친 뒤 강민호를 가리키며 “(저에게 초구는) 몸쪽 직구 사인 낼 겁니다. 100%”라는 말과 함께 먼저 시상식장으로 향했다.

골든글러브 생각뿐이었을까. 사실 손아섭은 강민호가 도착하기 전 이미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골든글러브 수상하면 꽃다발을 주러 가야되는데… 정이 많이 들었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