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부문 수상자 두산 린드블럼이 지난 9일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조쉬 린드블럼이 한국에서 성공적인 시즌을 바탕으로 미국에 ‘금의환향’하게 됐다. 처음 한국에서 계약했을 때보다 최대 20배에 달하는 금액을 손에 쥐며 꿈의 무대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다시 서게 됐다. 에릭 테임즈(밀워키), 메릴 켈리(애리조나)에 이어 린드블럼이 또 다른 메이저리그 역수출 성공사례를 남기면서 KBO리그의 미국행 바람이 더 거세질지 관심이 쏠린다.

메이저리그 공식 사이트 MLB.com의 존 모로시는 “밀워키가 린드블럼과 3년 총 912만5000달러(약 108억원)에 계약하는 데 합의했다”고 전했다. 밀워키는 아직 계약 내용을 공식발표하지 않았으나 피지컬 테스트를 거치면 곧 공식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스포츠 전문채널 ESPN의 제프 파산은 자신의 트위터에 “성적에 따라 받게되는 인센티브를 합하면 린드블럼이 받을 수 있는 최대금액은 1800만달러(약 213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했다.

린드블럼은 올 시즌 20승을 달성하며 소속팀 두산의 정규시즌 역전 우승 및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뒤 미국 진출을 노렸다. 여러 팀이 린드블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소식이 연일 전해진 가운데 주된 관심은 계약 규모였다. 린드블럼이 최대 받을 수 있는 액수는 린드블럼이 2015시즌 롯데와 계약할 때 받은 총액인 90만달러의 무려 20배에 이르는 큰 금액이다. 올해 연봉이었던 170만달러와 비교해도 10배를 웃돈다. 또 린드블럼이 2012년 LA 다저스, 2013년 텍사스에서 받은 연봉은 50만달러 안팎에 불과했다.

KBO리그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몸값을 끌어올린 뒤 해외로 진출한 외인 선수가 없던 것은 아니다. 외인 제도 원년인 1998년 총액 9만4000달러(약 1억1200만원)에 OB에 입단한 타이론 우즈는 2002시즌 뒤 일본 요코하마에 5000만엔(약 5억원)에 계약했고, 2005시즌에는 10억엔(약 100억원)까지 몸값을 올려 주니치와 계약했다. 이밖에도 2002년 SK에서 뛴 호세 페르난데스, 2005~2006년 KIA에서 뛴 세스 그레이싱어, 2013~2014년 삼성에서 뛴 릭 밴덴헐크 등 한국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일본 무대로 건너가 활약한 선수들이 몇 있었다. 한국에서의 활약은 낯선 동양 야구에 적응했다는 징표 역할을 하면서 외인 선수들에게 ‘성공의 길’로 통했다.

내년 빅리그에서의 활약 여하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지만, 린드블럼의 이번 미국행은 ‘KBO리그 진출 후 메이저리그 도전’의 전례를 늘리면서 외인 선수들의 또 다른 ‘성공 루트’를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2014년 NC에 총액 30만달러에 입단한 에릭 테임즈가 2016년 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하고 밀워키와 3년 총 1500만달러에 계약할 때만 해도 ‘메이저리그 유턴’은 전에 볼 수 없던 사례였다. 여기에 2015년 SK와 총액 35만달러에 계약한 뒤, 2019년을 앞두고 애리조나와 최대 4년 1450만달러에 계약한 켈리가 뒤를 이었다.

한국 진출 전 메이저리그 경험이 없던 켈리는 올해 32경기 선발로 나서 13승(14패), 평균자책 4.42로 선발진에 연착륙했다. 테임즈는 밀워키에서 세 시즌 동안 입지가 위태로웠던 적도 있었고 3년 동안 타율은 0.241에 그쳤으나 연평균 24홈런, 54타점을 기록하며 한국 진출 전보다는 나은 입지를 구축해냈다. 두 선수의 활약은 KBO리그 출신 외인 선수들이 미국에서도 어느 정도 통할 수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줬다. 린드블럼이 2020시즌 안정적인 활약을 선보인다면 메이저리그를 노크하려는 외인 선수들의 한국 진출 러시가 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 메이저리그 팀들이 KBO리그를 향한 관심도, 국내 선수들의 미국행 도전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