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은 곧 한국야구위원회(KBO)로 넘어간다. 키움 히어로즈 구단에서 불거진 ‘옥중경영’ 논란 조사는 KBO의 영역이 된다. KBO는 관련 자체 감사를 벌이던 키움 구단에 8일까지 경위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KBO는 이 경위서를 바탕으로 조사에 들어간다.
키움 구단이 제출할 경위서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에 관심이 쏠린다. KBO의 조사 범위가 경위서의 내용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KBO는 사건의 진상을 파악해 규정 위반 사항인 ‘옥중경영’ 관련자에게 징계를 내릴 예정이지만, 조사 과정에서 발휘할 수 있는 강제력이 크지 않다. 경위서의 내용이 KBO의 조사 방향을 결정짓는 근거이자 잣대가 될 공산이 크다.
쟁점이 될만한 부분 중 하나는 이장석 전 대표의 옥중경영을 뒷받침할만한 내용이 얼마나 충분히, 신빙성있게 경위서에 담기느냐다. 키움 구단은 지난 9월말 임은주 당시 부사장으로부터 이 전 대표가 실형을 살고 있는 동안에도 구단에 남은 측근들과 교도소에서 접견해 경영에 개입하고 있다는, 이른바 ‘옥중경영’을 뒷받침할만한 증거가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구단 감사위원회는 이를 바탕으로 조사에 착수해 일부 사실을 확인했고, 옥중경영에 가담했다는 이유를 들어 박준상 전 대표이사를 교체하고 장정석 전 감독과도 재계약하지 않았다.
이같은 조치의 근거가 된 옥중경영 정황증거의 신빙성을 놓고 이견이 존재한다. 구단 측은 최초 제보자인 임은주 부사장이 증거를 충분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구단 관계자는 “임 부사장이 세 가지 녹취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제출하지 않았다”며 “그나마도 그 중 하나만 감사위원회에 들려주기만 했을뿐”이라고 말했다. 반면 임 부사장은 구단이 자신에게 직무정지 처분을 내린 것이 부당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구단은 ‘임 부사장도 옥중경영에 개입했다는 제보를 들었다’며 부사장 직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에 임 부사장은 구단이 박준상 대표이사 후임으로 하송 대표이사를 선임한 과정이나, 구단이 일부 발표한 감사 내용에 문제가 많다는 취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연이은 ‘폭로전’ 속에서 히어로즈 구단이 얼마나 신빙성있고 설득력 있는 내용을 경위서에 담느냐가 관건이다.
또 하나 쟁점은, 구단이 허민 구단 이사회 의장, 하송 신임 대표이사의 ‘옥중경영’ 방조 의혹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허민 의장은 지난해 말 이장석 전 대표가 영구실격 처분을 받은 이후 히어로즈 구단을 정상화시켜야한다는 명분 아래 영입됐다. KBO가 ‘경영 및 운영관리 개선안’ 제출을 구단에 요구했고, 구단은 그 일환으로 허 의장을 택했다. 허 의장은 이후 자신의 측근인 하송 감사위원장을 데려왔다. 박준상 대표이사 사임 후 신임 대표이사로 등극한 인물이다.
옥중경영 논란은 최근에야 불거졌지만, 횡령 혐의 등으로 구단 운영 자격을 잃은 이장석 전 대표가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올해 초부터 구단 주변에 파다했다. 허 의장과 하송 당시 감사위원장은 이같은 문제를 감시 및 견제해야한다는 의무를 안고 구단에 영입됐으나, 그 때는 옥중논란 정황을 알면서도 이를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허 의장은 현재 구단 경영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KBO는 지난해 11월 이 전 대표의 영구실격 처분 사실을 밝히면서 “(이 전 대표 등이) 향후 히어로즈 구단 경영에 관여한 정황이 확인될 경우 구단은 물론 임직원까지 강력 제재하겠다”고 했다. 수감중인 이 전 대표와 접견한 사람들도 조사 및 징계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KBO가 허 의장과 하송 현 대표에게도 책임을 물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 전에 관련된 내용을 키움 구단이 얼마나 상세하게 경위서에 담을지가 KBO의 조사 방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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