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수가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WBSC 프리미어 12 대회 예선C조 호주와의 경기에서 6회말 허경민의 1타점 적시타때 득점을 올리고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고척 이석우 기자

 

‘프리미어 12’ 2연패를 노리는 김경문호는 대회 엔트리를 짜면서 ‘단기전 최적화’에 신경을 썼다. 멀티포지션이 가능하고 빠른 발을 가진 야수들을 지난 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호주와의 C조 예선 첫 경기에서 적극 활용했다. 여기에 좌·우타자가 번갈아 배치된 ‘지그재그 타선’까지 선보이며 단기전 맞춤 용병술도 선보였다.

호주전을 앞두고 한국은 주전 3루수 최정이 경기 전 허벅지에 불편함을 느끼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직면했다. 그러나 한국은 허경민을 주전 3루수로 냈다. 허경민이 경기 막판 다리에 공을 맞아 고통을 호소했지만, 한국은 황재균을 대주자로 내 경기를 안정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경기 중 갑작스러운 돌발변수가 생길 때, 김경문호가 이처럼 다양한 카드를 빼들어 대처할 수 있음을 첫 판부터 보였다.

멀티포지션이 가능한 야수들이 그만큼 많이 배치된 덕에 이런 임기응변은 이후에도 수차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외야수 중 이정후와 박건우, 민병헌은 중견수와 좌·우익수를 모두 소화할 수 있다. 김현수는 좌익수가 주포지션이지만 1루수로 투입 가능하다. 내야수 중 김하성과 허경민은 유격수와 3루수를 동시에 소화할 수 있다. 올해 김상수는 삼성에서 주로 2루수로 뛰었으나 커리어 내내 유격수로 뛴 기간이 더 길다. 황재균은 3루수·유격수뿐 아니라 1루수도 소화가능하다.

야수들의 다재다능함은 누상에서도 빛났다. 김상수는 대주자로 기용돼 승부에 쐐기를 박는 득점에 성공했다. 한국이 3-0으로 앞선 6회말 선두타자 김재환이 볼넷을 얻자 김상수가 1루 대주자로 나섰다. 김현수의 안타로 2루를 밟은 김상수는, 2사 후 허경민의 중전안타 때 재빨리 홈으로 파고들어 득점을 올렸다. 석점을 뽑은 뒤 두 이닝 동안 침묵했던 한국이 여기서 득점하지 못했다면 분위기가 어떻게 흐를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김상수가 제 역할을 해냈다.

이날 김상수 외에도 박건우가 대주자로 출전했다. 타격과 수비뿐 아니라 주루에서도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활용가치 높은 선수들이 그만큼 여럿 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등 단기전 경험이 많은 김경문 감독이 “접전 상황에서 집중력을 내 점수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던만큼 공·수를 두루 갖춘 대주자들의 활용도가 이번 대회 내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좌·우 타자가 번갈아 나온 ‘지그재그 타선’도 단기전에 특화된 전략이다. 투수와 타자가 서로를 상대한 경험이 많지 않은 가운데 치르는 국제대회에서, 좌·우타자가 번갈아 나온다면 상대가 경기 중·후반 좌·우타자 상대 스페셜리스트를 내기가 까다로워진다. 상대가 경기 도중 꺼낼 수 있는 카드의 폭을 제한할 수 있다. 실력있는 좌·우타자가 고르게 선발된 덕분에 현실화가 가능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