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6일][프리미어12]3회 주루사 되짚어본 이정후 “아버지는 맞고 나는 틀렸다”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WBSC 프리미어12 예선라운드 C조 한국과 호주의 경기. 3회말 무사 1루 한국의 이정후가 적시2루타를 쳐낸 뒤 3루로 진루하다 런다운에 아웃 당한 뒤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고척 연합뉴스

 

“아버지는 뛸만한 상황이었지만, 저는 본헤드 플레이를 했어요.”

이정후는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프리미어 12’ 예선 C조 호주전 수훈갑으로 기자회견장을 찾았다. 이정후는 2안타에 볼넷 하나를 얻고 1타점을 기록했다. 8회말 2사 만루에서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냈고, 3회말 무사 1루에서 터뜨린 2루타 때 김하성이 홈을 밟아 득점하는 데 일조했다.

하지만 이정후에게 3회말 상황은 딱히 기억에 오래 남기고픈 상황은 아니었다. 호주 우익수가 2루수를 향해 던진 송구가 부정확했고, 호주 2루수가 이를 흘린 사이 3루에 닿았던 김하성이 홈을 밟았다. 문제는 이정후. 2루에 닿은 뒤 3루쪽으로 조금씩 몸을 움직이다 어느덧 2·3루 한가운데까지 이르렀고, 협살에 걸려 아웃됐다.

이정후는 경기 후 당시 상황을 “본헤드플레이”라고 설명하며 자책했다. 이정후는 “뒤에 나오는 우리팀 타자가 누구였는지 생각하고 움직였는데, 너무 상황에만 몰입해서 플레이해 그런 실수가 나왔다”고 했다. 이날 3번타자로 나선 이정후에는 박병호와 김재환 등 거포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정후는 “앞으로 1~2점차 승부에서 저런 플레이가 나오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좋은 경험 했다고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주루사를 당했다는 사실만 놓고 보면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본선 2라운드 일본전에서의 아버지 이종범의 상황과 닮았다. 당시 이종범은 8회말 한국의 두번째 점수를 뽑는 장타를 치고 2루를 돌아 3루까지 내달리다 아웃됐다. 경기가 한국의 2-1 승리로 끝나 이종범의 ‘2루타 후 주루사’는 감동적인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이정후는 침착하게 “그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당시 아버지의 상황에서 충분히 시도해 볼만한 플레이를 했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오늘이 대회 첫 경기라 중요했는데, 좋은 경기했다고 생각한다”며 “내일 캐나다전도 더 중요하다. 오늘 경기는 오늘 잊고 내일을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고척|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