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김태형 감독이 지난달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과 그 중 세번의 우승. 최근 화려한 성적을 거둔 두산을 ‘왕조’에 빗대는 게 어색하진 않다. 그러나 두산은 올해 오프시즌, 우승의 여유를 만끽할 새가 없다. 미래 전력 확보라는 과제에 집중해야 한다.

마무리캠프에서 유망주 내지 1.5군급 선수들을 살펴보고 약점을 보완하는 건 두산만이 하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조만간 마주할 전력감소를 생각하면. 두산은 특히 올 겨울 대비책 마련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두산이 자랑하는 내야수비의 핵심, 김재호와 오재원이 내년이면 한국나이로 서른여섯에 접어든다. 두산 수비가 안정감과 과감함을 두루 갖춘 데에는 두 선수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그러나 공격 능력 및 순발력 감소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팀의 중심축으로 떠오른 선수들이 내년 시즌 후 대거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다. 올해 FA는 오재원 1명뿐이지만, 내년 시즌을 부상없이 풀타임으로 소화한다면 FA 자격을 갖추는 선수가 7명에 이른다. 투수 이용찬과 유희관, 내야수 오재일과 허경민, 최주환, 김재호, 외야수 정수빈까지 모두 팀의 중심을 이루는 선수들이다. 중심타자 김재환과 박건우의 FA 자격 취득까지도 많은 시간이 남지 않았다.

모두 두산이 자랑하는 ‘화수분’에서 육성한 선수들이지만, 최근 전례와 모기업의 사정 등을 고려할 때 이들을 모두 붙잡아 전력을 유지하기는 힘들다. 결국 이들을 대체할 새로운 얼굴이 다시금 나와줘야 한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1.5군 선수들, 그리고 향후 주전으로 준비시켜야할 선수들에게 조금씩 기회를 줘가면서 미래 구상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미 1군에서 가능성을 보인 자원들은 있다. 멀티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내야수 류지혁은 시즌 내내 1군 엔트리에 들었다. 대주자나 대타·대수비 등 다양한 역할을 했고, 2루수·3루수와 유격수를 오가며 선발출전하기도 했다. 팀에서 빼놓을 수 있는 자원이긴 하지만, 수비에서의 안정감은 여전히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외야수 김인태 역시 8월말 김재환과 박건우가 잇달아 부상으로 쉬는 틈에 갈고 닦은 타격을 선보이며 자신의 주가를 높였다. 그러나 두산의 견고한 외야진 한 자리를 위협할 자원이라고 보기는 아직 힘들다.

이들의 전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주전 경쟁에 나설만한 자원들을 여럿 발굴해야하는 것도 당장 두산이 해야 할 일이다. 2000년대 중후반 두산이 강팀으로 자리매김했을 때, 다른 팀에 가면 주전으로 자리할만한 야수진을 여럿 두텁게 보유한 게 팀의 원동력이었다. 백업 선수들이 경쟁과 성장을 통해 결국 주전급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이를 대체할만한 자원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 것도 두산의 현실이다. 새로운 주전급들이 당장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마무리캠프와 다가올 겨울 시즌 그 밑거름을 닦아놓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