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가 선정한 올해의 여성 100인에 포함된 케이팝포플래닛 활동가 이다연씨는 “앞으로도 재밌게 기후위기 대응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케이팝포플래닛 제공

 

“정말 바쁘지만, 좋아하는 기후 운동과 ‘덕질’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에너지를 받아요.”

최근 BBC가 선정한 ‘올해의 여성 100인’에 포함된 케이팝포플래닛 활동가 이다연씨(21)는 지난 28일 화상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BBC가 2013년부터 매년 선정해 온 ‘올해의 여성 100인’에는 그해 전 세계적으로 의미 있는 활동을 한 여성들이 이름을 올린다.

올해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배우자이자 전 세계 여성 청소년들의 교육 보장 운동을 벌이고 있는 미셸 오바마가 이씨 등과 함께 선정됐다. 지난해 여성 100인에는 한국에서는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뽑혔다. BBC는 이씨에 대해 “기후 위기에 맞서기 위해 전 세계 K팝 팬들을 결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씨는 일본 도쿄외국어대 국제사회학부 2학년에 재학하며 온라인 플랫폼인 케이팝포플래닛에서 환경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가수들이 소속된 연예기획사나 가수들을 홍보대사로 위촉한 대기업에 대해 환경을 파괴하는 일을 멈추라고 K팝 팬들과 함께 요구하는 것이 주된 일이다.

최근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내세운 현대자동차가 석탄 발전소를 건설하려는 인도네시아 기업과 업무협약을 체결하자 현대차에 이를 취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1만명을 목표로 한 청원에 1만1000명 넘는 사람들이 참여했다. 온라인을 통한 요구에도 답이 없으면 케이팝플래닛은 직접 회사로 찾아가 퍼포먼스를 벌이며 문제를 알리기도 한다.

환경단체인 청소년기후행동에서 활동하던 이씨는 2021년 인도네시아 K팝 팬이자 기후운동가인 누룰 사리파(24)의 제안으로 K팝 팬들을 대상으로 한 환경운동을 본격 시작했다. 지금은 총 8명의 활동가가 온라인을 통해 K팝 팬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이씨는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젊은 K팝 팬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재밌는 방식으로 캠페인을 벌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주기적으로 앰배서더를 모집해 이들이 캠페인을 주변에 알리도록 하는데 최근 태국·스페인·미국 등 다양한 국적의 앰배서더 15명이 활동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케이팝포플래닛의 활동으로 관련 업계에도 변화의 움직임이 보인다. 이씨는 “JYP엔터테인먼트는 연예기획사 최초로 한국형 RE100을 달성했다. YG엔터테인먼트는 최근 블랙핑크 콘서트 때 처음으로 탄소 배출량을 측정했다”며 “4대 기획사도 ESG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음원 플랫폼 멜론을 운영하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부터는 “데이터센터를 무탄소 에너지를 사용해 운영하게끔 바뀌나가겠다”는 약속도 받아냈다.

BBC가 선정한 올해의 여성 100인에 포함된 케이팝포플래닛 활동가 이다연씨는 “앞으로도 재밌게 기후위기 대응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케이팝포플래닛 제공

 

다만 기획사들이 여러 종류의 포토카드를 앨범마다 무작위로 첨부해 포토카드를 모으려는 팬들에게 과도한 앨범 구매를 유도하는 관행, 이로 인해 쓰레기가 지나치게 늘어나는 문제는 바뀌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씨는 이번 올해의 여성 선정이 “K팝 팬들의 사회참여가 인정받은 것”이라며 “K팝 산업이 전 세계 영향력이 넓히면서 BTS 팬덤인 ‘아미’가 흑인 인권운동에 목소리를 낸 것처럼 팬들도 좋은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활동을 하면서 많이 노출됐기 때문에 제가 상을 받았지만, 케이팝포플래닛과 캠페인에 참여한 K팝 팬들이 다 같이 이룬 성과”라며 “앞으로도 재밌게 기후 위기 대응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