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욱·김종민 등 10여명 토론회
“인터넷 발달로 팬덤 정치가 강화”
열성 지지자 영향력에 우회 비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며 시계를 보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판하는 비이재명계 의원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이 대표가 자신의 사법리스크와 관련해서 일선에서 잠시 물러나야 한다는 공개 발언까지 나왔다. ‘포스트 이재명 체제’를 대비한 사전작업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원욱·김종민 등 비이재명계 민주당 의원 10여명은 29일 국회에서 ‘반성과 혁신’ 토론회를 열었다. 이들은 이 대표 취임 후 일부 열성 지지자들의 과도한 당내 영향력 행사와 이 대표 측근 의혹에 대한 당 차원의 방어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인터넷의 발달로 참여 형태의 민주주의가 발달해 팬덤 정치가 강화돼왔다”면서 “민주당의 팬덤 정치도 극에 달한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또 “최근 민주당의 모습을 보면 사당화 현상이 걱정되기도 한다”며 “우리가 사당화의 욕심을 버리고 지혜를 모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개딸’로 불리는 이 대표 열성 지지자들을 염두에 둔 듯 “(당원 기준을) 1000원(당비 납부)으로 하면 일반 지지자들이나 국민에 비해 왜 우월한 지위를 가지는지 차별성이 분명해지지 않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정당의 존재 이유는 다양성이다”면서 “정당 내부는 민주적이어야 하고 다양한 의견들이 공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열린 친이낙연계 모임인 ‘연대와 공생’ 심포지움에서는 김철민 의원이 “민주당이 사당화돼서는 절대로 4년 반 뒤에 정권을 되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당 지도부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공개적으로 나왔다. 설훈 의원은 전날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인터뷰에서 이 대표를 향해 “‘나는 떳떳하기 때문에 내가 혼자 싸워서 돌아오겠다’고 선언하며 당대표를 내놓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며 “그러면 많은 우리 당 지지자들과 국민들이 박수 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친문재인계 주축 의원 모임인 ‘민주주의 4.0’은 지난 22~23일 모임을 하고 전열을 정비했다. 전해철 의원을 이사장으로 추대했고, 비이재명계 성향 의원 10여명을 새 회원으로 받아들였다. 모임에 참석한 한 초선 의원은 이날 “주요 현안에 대해 모임이 책임 있게 목소리를 내자는 이야기부터 아직 움직일 때를 봐야 한다는 이야기 등이 있었다”며 “그간 느슨하게 진행됐던 모임을 새 이사장 체제에서 정비하자는 데도 공감대가 있었다. 앞으로 체계가 잡힐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선배 의원들이 이 대표에게 ‘당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움직여달라’고 말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비이재명계의 움직임은 검찰의 이 대표 수사 본격화와 맞물려 있다. 수사 상황이나 여론 동향에 따라 이 대표 교체 여론이 불붙을 수 있다. 상당수 의원들은 현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비이재명계의 잰걸음은 당의 리더십 교체 국면을 대비한 포석으로 보인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