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댓글 수사·재판 방해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다 지난달 말 숨진 국정원 소속 변호사 정모씨(43)의 유족들이 고인의 죽음에 대한 의혹이 있다며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앞서 경찰은 해당 변호사가 “차 내에서 번개탄을 피워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숨졌다”는 결론을 낸 바 있다.
정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9시10분쯤 강원 춘천시 소양강댐 주차장에 세워진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차 안에는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발견됐다. 사건을 수사한 강원 춘천경찰서는 지난 15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혈중 일산화탄소농도가 치사량인 20%를 넘는 78%가 나왔다’는 부검 결과를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씨의 유족과 변호인단은 24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정씨 유족 측은 “고인이 번개탄을 피워 발생한 일산화탄소 때문에 질식했다면 그가 차안에서 몸부림을 쳤을 것”이라며 “그가 차 안에서 몸부림을 치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흔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씨의 사망 당시 차량 내부 사진을 제시하며 차량 내부에 뚜껑이 열린 채 술이 가득 담긴 소주병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소주병은 변속기 바로 뒤에 선 채 놓여있었는데, 그가 이산화탄소에 질식했다면 몸부림 쳐 술병이 쓰러지고 술이 쏟아졌으리란 주장이다.
또 조수석 측 발을 놓는 매트 위에 번개탄을 피운 부분에도 의혹을 제기했다. 차량 내부 사진에는 매트 위에 호일이, 호일 위에는 소주병 2개가 누워 있었다. 정씨 유족은 소주병을 눕히고 그 위에 번개탄을 올려 불을 붙인 것으로 보고 있다. 유족 측 김필성 변호사는 “호일에는 타거나 구명이 뚫린 흔적이 없는데, 소주병에는 매트가 불타서 들러붙은 흔적이 남아있다”며 “경찰이 초동 수사 과정에서 사건 현장을 제대로 보존하지 않았는지 등 납득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차량 내부 보자기가 매듭이 남은 채 찢겨 있는 상황도 의혹으로 꼽았다. 정씨 유족 측은 “변호사들이 사건 기록이 많을 때 이같은 보자기로 싸서 들고 다닌다”며 “매듭이 남은 채 보자기가 찢긴 것은 정씨가 가진 사건기록을 누군가가 급하게 탈취한 것 아닌지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정씨는 지난달 23일 검찰에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으면서 검찰에 협조적으로 진술하고 2차 조사 때 관련 증거를 가져오기로 했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씨는 검찰의 수사대상이라기 보다는 수사를 지원하는 사람에 가까웠다”며 사망 당시 정씨가 국정원에 불리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을 가능성도 시사했다.
정씨 유족은 부검 결과 정씨의 칼륨 농도가 높았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정씨의 혈중 칼륨 농도는 15mEq/l(밀리에크바렌트)라고 유족은 밝혔다. 김필성 변호사는 “정상(3.7~5.3mEq/l) 이상으로 과도하게 높은 상태로 7.0mEq/l이 넘으면 심정지가 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칼륨은 안락사 때 쓰는 대표적인 성분”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유족과 변호인단은 정씨가 쓰던 휴대폰 3개 중 2개가 사라진 점, 차 안에 유서는 없었으며 서로 다른 필체가 적힌 메모지 한 장이 있던 점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정씨 유족은 “수사기관이 이 사건을 단순히 자살로 단정하고 종결할 것이 아니라 철저한 조사를 통해 자살인지, 타살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중요 사건마다 국정원 직원들이 번개탄으로 자살시도를 반복하는 데 대한 국민적 의혹이 해소되도록 노력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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