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생들을 비롯한 10대 청소년들 중 절반 이상은 지난해 말부터 박근혜 정권 퇴진운동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지만, 61.2%는 “교사·어른에게 자기 의견을 말하면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40%의 청소년들은 인권침해를 당해도 해결되지 않을것 같아 참는다고 답했다.
300여 교육·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해 꾸린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2일 국회 정론관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2017 전국 청소년인권 실태·의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인권교육센터 들, 청소년인권행동 단체 아수나로 주관으로 진행됐으며, 전국의 중·고생 및 탈학교 청소년 등 2420명이 설문조사에 참여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 중 44.6%는 박 전 대통령 퇴진운동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나머지 학생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36.3%는 박근혜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선언·서명에 참여했으며, 28.0%는 집회에 참석했다고 했다. 온라인 게시판이나 소셜미디어에 글을 썼다는 응답자도 20.7%였다.
반면 실생활에서는 교사나 어른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 어렵다는 학생들이 많았다. ‘교사 등 어른에게 의견을 말할 때 혼나거나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된다’는 질문에 응답자 27.4%는 ‘매우 그렇다’, 33.8%는 ‘조금 그렇다’고 답했다. ‘전혀 그렇지 않다’는 응답자는 15.9%에 그쳤다. 교내에서 생활규정, 급식, 학교일정 등을 결정할 때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돼느냐는 질문에 ‘조금 반영된다’는 응답이 42.9%이 가장 많았으나 ‘거의 무시된다’(32.4%), ‘아예 무시된다’(12.5%)는 답변도 적지 않았다.
청소년들이 학교 등에서 당하는 인권침해 역시 적지 않았다. 최근 1년간 학교에서 체벌을 당한 학생은 35.7%, 교사로부터 욕설 등 언어폭력을 당한 학생은 40.6%였다. 또 최근 1년간 아르바이트·현장실습 등 노동현장을 경험한 청소년들 중 78.0%는 근로계약서 미작성, 임금체불, 폭력 등의 권리 침해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절반 가까운 청소년들은 인권침해를 당하고도 이를 해결할 방법은 전부하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42.9%는 ‘어차피 해결되지 않으니 참거나 모른체 한다’고 답했다. 이는 ‘담임 등 교사에게 건의한다’(15.6%), ‘부모님에게 도움을 청한다’(15.8%)는 답보다 월등히 높았다. 또 ‘내가 인권침해를 당했을 때 도움을 요청할 기관이 있다’는 말에는 56.1%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청소년들은 정치참여·인권침해 해결을 위한 법이나 제도가 필요하다는 데 대체로 동의했다. ‘선거권이 있다면 사회나 정치에 대한 관심이 지금보다 높아질 것이다’라는 문장에 응답자의 53.3%는 ‘매우 그렇다’, 31.1%는 ‘조금 그렇다’고 답했다. 또 청소년인권 보장을 위한 법·제도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61.9%가 ‘매우 그렇다’, 28.6%가 ‘조금 그렇다’고 답했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청소년들이 박근혜 퇴진 운동에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했다는 것은 청소년의 높은 정치 의식을 드러내는 대목”이라며 “선거권 연령을 하향하고 정당 가입 연령제한을 폐지해 청소년 정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학생인권·청소년인권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법률차원으로 보장하기 위한 어린이·청소년인권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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