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국어 어렵고 영어는 체감 난도 높아…상·중위권 큰 격차 예상
ㆍ전문가들 “수시 최저학력기준 문제될 가능성…재수생 강세”
ㆍ“내겐 용암수능” “재수학원서 보자” 학생들 높은 난도에 당황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가채점 결과 수학이 올 입시의 주요 변수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보다 부쩍 어렵게 출제된 수학 가·나형은 1등급 커트라인이 최대 7점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탐구영역은 난이도가 고르게 출제돼 선택과목별 유불리는 없을 것으로 분석됐다.
■변별력 있는 수능
올해 수능의 키워드는 ‘변별력’이다. 등급컷이 떨어지면서 동점자가 줄어들 가능성이 많고, 상위권과 중위권의 격차도 벌어질 수 있다. 가채점 분석 결과를 종합하면, 올해 통합형으로 바뀐 국어영역은 지난해보다 다소 어렵게 출제됐다. 지난해 수능에서 1등급컷이 국어 A형 96점, B형 93점이었으나 입시업체들은 올해 1등급컷을 92점으로 예상했다.
수학영역은 이과생이 응시하는 가형과 문과생이 응시하는 나형 모두 지난해보다 어려웠다. 입시업체들은 1등급컷을 가형 92점으로 지난해보다 4점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1등급컷이 95점이었던 나형의 경우 88점 혹은 92점으로 추정됐다. 1등급을 받는 학생들이 두 문제 정도 더 틀렸다는 의미다. 영어영역 1등급컷은 지난해 수능과 같은 94점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2등급부터는 모든 구간에서 등급컷이 많게는 10점 이상 점수가 하락할 것으로 추정됐다.
탐구영역도 대부분 과목에서 지난해보다 1등급컷이 2~3점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과목별 난이도는 비슷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탐구는 1등급컷이 47점 안팎으로 45점인 경제 과목을 제외하고는 비슷했다. 과학탐구는 1등급컷이 44점 안팎으로 예상돼 지난해 42~50점으로 편차가 있던 것과 달리 고른 편이었다. 한국사는 교육과정 내에서 평이하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됐다. 유웨이중앙교육 이만기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올해 입시에선 국·수·영 모두 중요성이 커졌는데 문과는 일부 경상계열에서 수학 반영비율이 높은 만큼 수학과 국어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고, 자연계열은 수학과 과학탐구 영역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용암 수능”
지난 6·9월 모의평가가 어렵게 출제되면서 수능도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은 있었지만, 학생들은 높은 난도에 당황한 분위기다. 서울 서초구 서울고 3학년 여근호군(18·문과)은 “시간이 부족해 같은 반 아이들 절반 정도는 수험표에 답을 적어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수능을 마친 고3 교실에선 밝은 분위기 속에서도 “재수학원에서 보자” “이제는 정말 수시뿐이야”라는 농담이 오갔다. 진한솔군(18·이과)은 “다들 ‘불수능’이라고 하는데 제게는 ‘용암 수준’으로 어려웠다”고 말했다. 구범모군(18·이과)은 “이러려고 공부했나 자괴감이 든다”면서 “시험 잘 보고 기쁜 마음으로 주말에 광화문에 가려 했는데 안될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일부 교실에는 등교하지 않은 학생들도 있었다.
수험생들은 점수대에 따른 지원전략을 짜야 한다. 당장 수시모집에서는 상위권 대학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문제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동점자가 감소해 1·2등급 인원이 적으면, 최저기준 충족자가 줄어 정시 인원이 늘어날 수도 있다. 정시에선 점수대가 뚜렷해져 상위권 학생은 소신 지원, 중하위권 학생은 치열한 눈치싸움이 예상된다. 종로학원하늘교육 오종운 평가이사는 “상위권에선 점수 편차가 뚜렷해져 소신 지원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메가스터디 남윤곤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사탐을 본 학생은 줄었는데 과탐을 본 학생은 늘었고, 인문계 정원은 줄었는데 자연계 정원은 이전과 비슷하다”며 “이과에서 경쟁이 치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려운 수능으로 재수생 강세가 예상되고 내년엔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되므로 영어를 잘하는 학생들은 재수를 기피할 수 있어 재학생들의 안정 지원 경향도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진학사 이재진 평가실장은 “최상위권 수험생은 최상위권 학과나 의과계열이 가, 나군에 몰려 있어 기회가 사실상 두 번이기 때문에 전년도 결과와 올해 추세를 살펴봐야 하고, 상위권 수험생은 희망 대학의 전형요소 반영비율과 경쟁자들이 다른 군으로 빠져나가는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중위권 대학의 경우 학과별로 수능 반영비율이 다를 수 있으므로 성적 유불리를 분석해야 하고, 하위권 수험생은 일부 영역만 반영하는 대학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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