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수원을 연고로 하고 있는 남자부 한국전력 선수들(위)과 여자부 현대건설 선수들. KOVO 제공

나란히 수원을 연고로 하고 있는 남자부 한국전력 선수들(위)과 여자부 현대건설 선수들. KOVO 제공

프로배구 ‘수원 남매’가 닮은 꼴 난조에 빠졌다. 자유계약선수(FA)로 빠진 주력 선수와 외국인 선수의 공백을 메우지 못한 상황에서 세터와의 호흡도 맞지 않아 연패가 장기화되고 있다.

여자부 현대건설은 지난 14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8~2019 V리그 2라운드 경기에서 흥국생명에 0-3으로 져 개막 후 8연패에 빠졌다. 이틀 전 우리카드에 0-3으로 패한 한국전력과 마찬가지로 1라운드에서 전패한 뒤 2라운드 들어서도 승전보를 전하지 못하고 나란히 최하위가 됐다.

두 팀의 전력 약화는 시즌 전 예견된 일이다. 한국전력은 FA 최대어 전광인을 현대캐피탈에 내줬다. 지난 시즌에도 날개 공격수들보다 센터진의 힘으로 승수를 쌓아갔던 현대건설은 국가대표 양효진과 짝을 이룬 베테랑 센터 김세영을 흥국생명으로 보냈다.

그러나 외국인 농사를 망치면서 생각보다 연패가 길어졌다. 한국전력은 시즌 전 드래프트에서 뽑았던 독일 출신 사이먼 헐치가 감독과 훈련 방식에 이견을 보인 끝에 떠나는 바람에 대체 선수 아르템 수쉬코(등록명 아텀)를 부랴부랴 영입했다. 그러나 아텀은 3경기를 뛴 뒤 복부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현대건설 역시 무릎 부상을 당한 베키 페리를 미국으로 떠나보내고 대체 외국인 선수를 찾고 있다.

국내 선수들과 세터들과의 호흡도 맞지 않는다. 한국전력은 전광인의 FA 보상선수로 현대캐피탈의 주전 세터이자 국가대표급 세터였던 노재욱을 데려왔지만, 한국전력 선수들은 노재욱이 현대캐피탈 시절 구사하던 특유의 빠른 토스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한국전력은 결국 지난 시즌 풀타임을 뛴 2년차 세터 이호건을 중심으로 팀을 재편키로 하고 지난 10일 노재욱을 우리카드로 보내고 공격수 최홍석을 데려오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현대건설도 이다영과 다른 공격수들의 호흡이 맞지 않는 모습이 잇따라 포착되고 있다. 지난 14일 경기에서도 이다영의 토스가 선수들이 없는 곳을 향하거나 선수들의 움직임과 다른 타이밍에 올라가는 모습이 여러 차례 연출됐다. 현대건설 이도희 감독은 이날 경기 후 “연습 때는 호흡이 잘 맞는데, 경기가 시작되면 선수들이 잘 해야겠다는 부담이 큰 탓인지 몸에 힘이 들어가고 굳는다”며 “호흡 문제는 (이)다영이와 다시 얘기 나누며 맞춰볼 것”이라고 말했다.

공교롭게 한국전력과 현대건설은 남녀부 개막 후 최다 연패 기록을 보유한 팀이다. 한국전력은 2008~2009시즌 개막 후 25연패를, 현대건설은 2007~2008시즌 11연패를 당했다. 지난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을 다투던 두 팀은 올 시즌 기록만으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한국전력은 트레이드로 공격수를 보강했고 현대건설 역시 대체 외국인 선수를 구하며 명예회복을 노리고는 있지만 언제쯤 반등할지는 알 수 없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