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 결정이 아니라 준비 여부
가상자산 시장 질서 정상화 중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청년, 가상자산을 말하다’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11일 “가상자산 과세를 1년 늦추겠다”는 공약을 발표하고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개발 업체들과 만났다. 가상자산 과세에 부정적인 젊은 남성층 표심을 잡기 위한 행보로 읽히지만, 정부의 반발과 조세 정의를 해친다는 비판이 예상된다. 이 후보가 논란성 말과 글로 청년 표심을 잃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써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 1호’라고 밝혔다. 이 후보는 “국회는 지난해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중요한 건 ‘과세 결정’이 아니라 ‘준비 여부’”라며 “준비 없이 급하게 추진된 과세는 정당성을 얻기 어렵고, 조세저항과 현장의 혼란을 불러오게 된다”고 했다.

이 후보는 이어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 및 가상자산 투자자들을 만났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가상자산 시장의 질서를 정상화해서 기만행위나 부정거래가 발생하지 못하게 하고 투자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며 “주식양도세와 마찬가지로 과세를 1년 유예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연일 제기되는 당과의 차별화 요구를 의식한 듯 “솔직히 우리 당 사람들 나이 좀 드시고 약간 구식이지 않느냐”며 “이재명이 후보가 된 민주당은 과거와는 완전히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연일 청년들을 겨냥한 일정을 소화해 온 이 후보의 이날 가상자산 관련 행보는 특히 20대 남성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4월말 성인 500명에게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 연령·성별 중 20대 남성만이 가상자산 소득 과세 반대(47.8%)가 찬성(47.5%)보다 많았다. 민주당도 과세 유예론을 띄우고 있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일 가상자산 과세를 “실효성 문제도 있어서 연기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가상자산 과세유예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현실화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지난해 국회가 법으로 통과시키면서 합의한 것을 1년 뒤에 정부보고 하지 말라고 하면…(안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정치권이 표를 얻기 위해 조세 정책 일관성을 해친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연일 청년행보를 하는 이 후보가 정작 청년들의 외면을 받을 만한 언행을 자초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후보는 전날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음주운전 경력자보다 초보운전자가 더 위험하다”는 말을 했다. 정치 경력이 없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풍자한 말이지만, 운전경력이 적은 20·30대에게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같은 날 이 후보는 SNS에 “민주당이 페미니즘을 멈춰달라”고 한 인터넷 커뮤니티 글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이날 가상자산 간담회 후 “5년 전에는 책 <82년생 김지영> 내용을 공유하지 않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