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조선시대의 선박 4척이 발굴돼 ‘바다의 경주’로도 불리는 충남 태안군 마도 해역에서 새로운 고선박의 흔적이 발견됐다. 함께 발견된 청자 다발의 연대로 보아 12세기 중·후반의 배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해역에서 2015년 발견된 현존 유일의 조선시대 선박 ‘마도4호선’은 선체는 10년만에 인양됐다.
국가유산청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10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이런 내용의 수중발굴조사 성과를 발표했다. 마도 해역에서 새로운 난파선의 존재가 감지된 것은 약 10년 만이다. 고려와 조선시대 연안 뱃길을 이용해 수도로 가려면 마도 해역을 지나야 했는데, 조류가 거세고 암초가 많아서 많은 배들이 난파 사고를 당했다.
연구소는 올해 4월부터 지난 1일까지 7개월간 마도 해역 수중발굴조사를 진행하던 중 조사 막바지 그간 발견되지 않았던 청자 다발을 발견했다. 잠수 조사를 통해 청자 다발 2묶음과 함께 나무와 돌로 만든 닻, 밧줄 뭉치, 볍씨와 고선박 선체조각, 곡식이 바닷물에 젖지 않도록 배에 깔았을 화물받침목 등이 발견했다. 앞서 마도 해역에서는 고려시대 선박인 마도1·2·3호선이 2009~2011년 차례로 발견됐고, 조선시대 선박인 마도4호선이 2015년 발견된 바 있다.

이번에 출수된 청자 다발에는 접시 65점, 완(사발) 15점, 잔 7점 등 총 87점의 청자가 있었다. 문양 틀을 만들어 그릇에 찍는 압출양각기법이 사용됐으며, 팽이형, 삿갓형 자기가 함께 나왔다는 점으로 미뤄 12세기 중반(1150~1175년)에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왕실에서 사용된 최상급 청자에 비해 색상이 균일하지 않고 불순물이 일부 보이긴 하지만, 중앙정부의 중·하급 관료나 지방의 유력자들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한 양질의 자기로 평가된다. 고려시대 청자가 주로 제작됐던 전남 강진이나 전북 부안에서 만들어진 청자가 배편으로 개경까지 운송되던 중 배가 침몰해 바다에 묻혔을 가능성이 있다.
함께 발견된 볍씨와 화물받침목 등은 이번에 발견된 고선박이 곡식과 도자기를 함께 운반한 배였을 가능성을 알리는 증거다. 유물 구성과 양상은 마도1·2호선 발굴 때와 유사하다. 다만 청자 제작 시기로 미뤄보면 13세기 선박인 마도 1·2·3호선보다 빠른 12세기 중·후반에 만들어진 선박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태안 해역에서 발견된 고선박 중 연대가 가장 빠른 것이다. 연구소는 내년 4월부터 시작되는 조사에서 추가 발굴을 진행할 예정이다. 내년 추가로 선체 관련 유물이 확인되면 고선박에는 ‘마도5호선’이라는 이름이 새로 붙게 된다.

올해 발굴조사 기간에는 마도4호선 선체가 발견 10년 만에 인양됐다. 마도4호선은 주변 유물이 출수되고 선체의 수중조사는 이뤄졌으나, 연구소가 먼저 발굴된 마도1·2·3호선의 보존처리에 주력하느라 지상으로 인양되지 못하고 바다에 다시 매몰한 상태였다. 마도4호선은 국내에서 지금까지 발굴한 고선박 15척 중 유일한 조선시대 선박으로, 전남 나주에서 거둔 세곡과 공물을 싣고 1420년경 한양의 광흥창으로 향하던 중 난파된 세곡선이었다. 길이 12m, 너비 5m로, 앞부분과 중앙에 각각 돛대를 설치한 쌍돛대 구조다. 연구소는 “마도 4호선은 선체 수리에 쇠못을 사용했는데 우리나라 고선박에서는 처음으로 확인된 사례”라고 강조했다.
마도4호선 선체 인양은 지난달 마무리됐다. 현재는 육상에서 선체의 염분을 빼내는 탈염작업을 진행 중이다. 탈염작업에는 3~4년이 소요되고, 복원까지는 약 15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신종국 연구소 수중발굴과장은 “조선시대 기록에 따르면 선체 외부에 배의 이름 등이 적혀있다고 돼 있는데 아직 마도4호선에서는 육안으로 이를 발견하지는 못했다”며 “적외선 촬영 등을 하면 이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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