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송아지는 넘쳐나고, 수입 소고기에 밀리고
ㆍ김영란법에 선물세트 ‘찬밥’, 산지·대형마트 가격 ‘뚝’
올해 최고점을 찍었던 한우 산지 가격이 최근들어 한풀 꺾이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우 가격이 오르던 올봄 대거 태어난 송아지가 가을 들어 시장에 나온 데다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에 따라 소비가 위축된 영향으로 보인다. 대형마트에서도 소고기 중 한우의 판매 비중이 계속 줄고 있어 한우농가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농협 축산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9월 한우 산지 가격(600㎏ 기준)은 암소 577만7000원, 수소 557만7000원을 기록했다. 암소 가격은 지난 7월(597만2000원) 600만원에 육박했으나 두 달 만에 3.7% 내려갔고, 수소 값도 2.4% 하락했다. 생후 6~7개월 된 송아지의 지난 9월 산지 가격도 암송아지 293만9000원, 수송아지 385만원을 각각 기록했다. 암송아지 가격은 지난 6월 325만5000원에서 30만원 이상 하락했다.
한우의 산지 가격 하락은 올 초 송아지가 많이 태어난 데서 기인한다. 축산농가들은 한우 송아지가 봄에 태어나도록 출산 시기를 조절한 뒤 젖을 떼는 가을 무렵 시장에 내놓는다. 상반기까지 이어진 가격 상승에 올봄 축산농가들이 송아지 출산을 늘렸고, 생후 6~7개월 된 송아지들이 시장에 쏟아진 것이다. 김영란법 시행의 영향으로 한우 소비가 줄어든 것도 한우 가격 상승세를 꺾은 요인으로 분석된다.
대형마트 등 소비시장에서는 한우 소비 비중이 줄고 있다.
이마트는 올해 들어 10월까지 판매된 소고기 중 한우와 수입 소고기 매출 비중이 각각 43.1%, 56.9%를 기록했다고 이날 밝혔다. 2년 전인 2014년만 해도 한우 비중이 53.5%로 수입 소고기(46.5%)보다 높았다. 그러다 지난해 수입 소고기 매출 비중(50.4%)이 한우(49.6%)를 처음으로 앞질렀고 올해는 차이가 더 벌어졌다.
올해는 추석 선물세트용으로 한우 수요가 높아지는 9월에도 수입 소고기가 한우 매출을 뛰어넘었다. 지난 9월 이마트의 소고기 매출 중 한우는 45.2%로 지난해(52.6%)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반면 수입 소고기 비중은 지난해 47.3%에서 올해 54.8%로 높아졌다. 올해 중반까지 이어진 한우값 상승에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수입 소고기로 눈을 돌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올해 1~10월 이마트의 한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2% 줄었다.
소비 감소는 한우값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우값은 올해 들어 9월까지 1㎏당 도매 평균 가격이 1만8000원대를 유지하다 이달 들어 1만7000원대로 내려갔다. 지난 26일 기준으로는 1만7028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6% 낮다. 이마트는 한우 소비를 촉진한다는 취지로 29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한우 전 품목을 30% 할인하는 ‘한우 잡는 날’ 행사를 연다.
다만 농가의 한우 사육두수가 늘지 않고 있어 한우 가격 하락이 일시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달 전국 한우 사육두수는 263만마리로, 1년 전 265만3000마리, 2년 전 278만7000마리에는 못 미친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김영란법이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는 연말이나 내년 설쯤 돼야 가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승민·이성희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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