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아시아 유소년·주니어 역도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22일 평양 청춘가역도경기장에서 유소년 남자 61kg급 시상식이 열려 종합 2위를 기록한 신록 선수(뒷줄 왼쪽 둘째)가 시상대에 올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평양 사진공동취재단

 

한국 남자 역도 기대주 신록(17·고흥고)과 배문수(20·경북개발공사)가 평양에서 열리는 역도 국제대회에서 6년만에 한국에 메달을 안겼다.

22일 평양 청춘가역도전용경기장에서 열린 2019 아시아 유소년·주니어 역도선수권대회에서 유소년(17세 이하) 남자 61kg급 경기에 출전한 신록은 인상 116㎏, 용상 151㎏, 합계 267㎏을 각각 기록했다. 인상은 3위, 용상은 2위, 합계 2위를 각각 차지해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목에 걸었다.

한국 학생 남자 61kg 기록 보유자이기도 한 신록은 이번 대회에서 우승도 기대할만한 선수로 꼽혔으나 인상 2, 3차시기 120㎏을 연거푸 실패하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신록은 용상에서 실수를 만회하며 한 때 유소년 세계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인상 1위(119㎏)를 차지했던 인도네시아의 무함마드 파티르(16)와 똑같이 용상 1차시기에서 147㎏을 들어올린 뒤, 2차 시기에서 파티르보다 1㎏ 많은 151㎏을 들어올렸다. 경기 시작전 유소년 남자 61㎏급 용상 세계 기록(149㎏)을 파티르가 150㎏으로 넘어서자, 신록이 이를 다시 1㎏ 늘렸다.

다만 파티르가 3차시기에서 153을 들어올려 유소년 세계 기록을 다시 경신한 반면, 신록은 3차시기 154㎏을 들지 못해 용상 2위에 만족해야 했다. 합계에서도 272㎏를 기록한 파티르에 5㎏ 뒤진 2위를 차지했다. 비록 애국가를 울리지는 못했지만, 합계 부문에서 메달을 차지해 태극기가 경기장에 게양될 수 있었다. 2013년 아시안컵 및 아시아클럽 역도선수권 이후 6년여만의 일이다.

경기 후 신록은 “이달 초 치른 전국체전에서의 피로가 아직 가시지 않긴 했지만 금메달을 못 딴 게 아쉽다. 인상에서 자세를 제대로 잡지 못해 좋은 기록이 나오지 못했다”면서도 “대회를 마친 뒤 아쉬움을 털고, 앞으로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주니어(20세 이하) 남자 61㎏급에 출전한 배문수도 메달을 보탰다. 배문수는 인상 115㎏, 용상 153㎏, 합계 268㎏을 각각 들어올려 인상 8위, 용상 3위, 합계 4위를 기록했다. 전국체전부터 앓아온 팔꿈치 통증을 딛고 용상 동메달을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신록과 같은 유소년 남자 61급에 출전한 조민재(15·전남체중)는 인상 95㎏, 용상 125㎏, 합계 220㎏으로 각 부문 6위에 올라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유소년 여자 49급에 출전한 김혜민(16·김해영운고)은 인상 63㎏, 용상 78㎏, 합계 141㎏로 역시 각 부문 6위를 기록했고, 주니어 여자 49㎏급에 출전한 문정선(20·공주시청)은 인상에서 실격처리된 뒤 용상에서 87㎏을 들어 5위를 차지했다.

이날 한국 선수들이 출전한 경기는 남측과 북측 선수들과의 대결 양상으로 진행됐다. 주니어 남자 61㎏급에서는 북측 김충국(20)이, 유소년 여자 49㎏급에서는 원현심(17)이 인상 및 용상, 합계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주니어 여자 49㎏급에서는 한정심(19)이 용상과 합계에서 1위를 기록했다.

관중석에서는 남·북 간의 묘한 응원전도 벌어졌다. 대회 관계자들이 주로 관중석에 자리한 가운데 남자 61㎏급 경기 도중 북측 관중 60여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남측 선수의 순서 때는 소지품을 자리에 놓고 자리를 비웠다가, 기록이 좋은 북측 선수가 경기 후반부에 등장할 때 즈음 다시 경기장에 나타나 기합소리와 함께 우레와 같은 성원을 보냈다.

이들은 신록이 합계 2위를 기록하며 남측의 태극기가 게양된 유소년 남자 61㎏급 시상식 때는 자리를 비웠다가, 북측 선수가 나란히 합계 1,2위를 차지한 주니어 남자 61㎏급 시상식 때는 다시 관중석에 나타나 국가를 제창하기도 했다.

평양 |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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