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과 투자에 대한 관심이 여느 때보다 높아진 올해, 지인들과 모이면 절로 공모주 청약 얘기가 나왔다. 지난 7월 SK바이오팜 공모주 청약 때 증거금이 31조원, 9월 카카오게임즈 청약 때 증거금이 58조원 모여 역대 최고액 기록을 연이어 경신한 것만 봐도 공모주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뜨거운지 알 수 있다.
공모주 청약은 상장 후 주가 크게 오를 것 같은 주식을 비교적 낮은 가격에 사들일 수 있는 기회다. 오래 보유하면서 유망 회사의 주주로 권리를 행사할 수도 있지만, 공모주 주가가 상장 후 잇달아 상한가를 기록한다면 이를 팔아 차익을 얻을 수도 있다. 상장 첫 날 거래기준가인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오른 뒤, 상장 직후 상한가를 기록한 것을 가리켜 투자자들은 ‘따상’(더블+상한가)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상한가를 하루 더 기록한다면 ‘따상상’이 되는 식인데 카카오게임즈가 그랬다. SK바이오팜은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찍어 ‘따상상상’을 달성했다.
그렇다면 모든 공모주가 이들과 같은 길을 걷게 되는 것일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그렇지 않다. 올해 기업공개(IPO) 절차를 통해 공모주 청약을 진행했던 기업들의 상장 후 추가 추이를 살펴봤다.
올해 초부터 9월까지 국내 증시에 상장된 기업 및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리츠(부동산투자회사)는 총 60곳이다. 이들은 기관투자자의 수요예측과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공모주 청약을 거쳐 상장됐다. 증시 상장일에는 개장 전 수요·공급에 따라 공모가의 90~200%가 시초가로 결정됐다.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가 될 수도 있지만, 공모가보다 10% 이상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60개의 상장종목 중에 12개 종목은 시초가가 공모가보다 낮았다. 공모가는 보통 기관투자자들의 수요예측에 따라 결정되는데, 증시에 상장된 뒤 예상보다 해당 종목을 사려는 투자자들이 적으면 시초가는 공모가보다 떨어지게 된다. 이 중 7개 종목은 시초가 하락 최고치인 10% 이상 시초가가 떨어졌다.
반면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가 된 종목 또한 카카오게임즈와 SK바이오팜을 포함해 11개였다. SK바이오팜이 상장된 7월 초에는 총 4개 종목이 잇달아 상장 당일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를 기록했다. 공모주에 대한 관심이 한창 높아지던 시점이다. 다만 가장 최근에 코스닥에 상장된 종목인 클린룸 설비업체 원방테크는 시초가가 공모가에 비해 9.94% 떨어졌다. 상장 시점이 특별히 공모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시초가가 정해지면 이를 기준으로 투자자들의 매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일일 가격 제한폭이 30% 가까이 올라 ‘상한가’를 찍는 종목도 아주 많지는 않다. 카카오게임즈와 SK바이오팜, 6월에 상장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제조 장비업체 엘이티와 7월 상장된 바이오벤처 소마젠, 2차전지 장비기업 에이프로 정도 등 5개 종목만이 상장 후 29% 이상 가격이 올랐다. 20% 이상 상승한 기업으로 범위를 넓혀도 9개뿐이다. 오히려 절반이 넘는 34개 기업은 첫 날 종가가 시초가에 비해 떨어졌다.
상장 첫 날 종가가 공모가보다 낮은 종목은 17개였다. 공모가 대비 시초가는 2배 이상 오를 수 있는 반면 가격 제한폭은 상·하한 모두 30%이기 때문에, 상장 첫 날 가격이 공모가 밑으로 떨어지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후 추가 하락하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하락하는 종목들은 더 많았다. 공모가와 지난 25일 종가를 비교했을 때, 공모가에 비해 하락한 종목수는 22개에 달했다. 반면 공모가 대비 25일 종가가 2배 이상 오른 종목은 카카오게임즈와 SK바이오팜을 비롯해 엘이티, 바이오계열 업체인 한국파마, 제놀루션, 서울바이오시스 등 6개였다. 다만 SK바이오팜이 25일 기준 공모가의 3배가 넘는 15만8500원까지 오른 반면, 카카오게임즈는 ‘따상상’으로 8만원을 넘긴 이후 이후 하락세에 접어들어 5만200원까지 내려갔다.
SK바이오팜이나 카카오게임즈는 청약 경쟁률이 워낙 치열하기 때문에 수천만원의 증거금을 내고도 한자릿수 주식밖에 얻지 못했다. 반면 다른 공모주들은 경쟁률이 치열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은 증거금으로 많은 공모주를 얻을 수 있다. 대신 열풍을 일으킨 대형주만큼 이득을 기대할 수는 없고, 장기 보유한다고 해도 되레 손해를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많은 투자자들이 관심을 끌기 시작한 공모주 시장이 곧 전문투자자 위주로 재편되리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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