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박세혁이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NC와의 경기에서 9회말 끝내기로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 짓고 환호하고 있다. 잠실 이석우 기자

 

김경문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은 오는 11월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릴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에 출전할 대표팀 엔트리를 2일 발표하며 “이왕에 선수 28명을 뽑았으니 ‘(선발을)고민했다’고 하기 보다는 선수들을 전적으로 믿으려 한다”고 말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당시 야구 대표팀은 선수 선발과 관련해 특정 선수에 대한 팬들의 비난 여론에 휩싸였다. 선동열 감독이 사퇴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김 감독은 선수 선발과정의 고심이 이같은 여론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경계하는 것처럼 보였다. 팬들에게 “대표팀을 정예 28명으로 꾸렸는데, 팬들도 이해해주시고 응원해주시길 바란다”는 말을 대신 남겼다.

그러면서도 두산 박세혁을 선발했을 당시 과정만큼은 털어놓았다. 김 감독은 엔트리 발표 전날인 지난 1일 잠실에서 열렸던 2019 KBO리그 NC-두산전을 봤다며 “어제 정말 멋있는 경기를 하더라. 대표팀도 고척에서 그런 경기를 하도록 이끌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말했다.

당시 경기에서 천국과 지옥을 오간 박세혁을 가리켜 김 감독은 “경기를 보며 진갑용 코치에게 전화를 했다. ‘이 경기 지면 빼야할 것 같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박세혁은 접전 상황에서 블로킹에 실패해 주자를 진루시키고 실점까지 허용하는 장면을 몇차례 연출했다.

포수 출신 김 감독에겐 그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김 감독은 “이런 경기에서 패하면 포수에게 큰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박세혁이 정신적 충격을 안는다면 큰 경기를 앞둔 대표팀에게까지 악영향이 생길 것을 우려한 듯 했다.

그러나 박세혁은 5-5로 맞선 연장 9회말 두산의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하는 끝내기 안타를 쳐내며 우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김 감독은 “그 친구가 다행히 기가 세더라. 팀을 우승시키는 장면을 보고 계속 넣게 됐다”고 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