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 KIA-넥센전. KIA가 와일드카드전 최다 ‘1이닝 3실책’을 범했던 5회말, 발단은 김민식의 실책이었다.
무사 1루에서 넥센 김혜성을 상대하다가 김혜성이 5구째 스윙할 때 김혜성의 배트가 김민식의 미트 끝에 닿았다. 김혜성이 친 볼을 파울이 됐지만, 심판은 김민식의 타격 방해를 지적했고 김혜성이 출루해 무사 1·2루가 됐다. 이후에도 김민식의 수비가 아쉬웠다. 1사 1·2루에서 공을 뒤로 빠뜨려 2·3루로 만든 것. 양현종의 폭투로 기록되긴 했지만 포수 정면을 향한 공이었기에 블로킹이 가능해 보였지만 다리 사이로 빠뜨렸다. 이후 3루에 닿은 주자 김혜성은 내야땅볼 때 홈으로 달려들어 2-2 동점을 만들고 역전의 발판도 마련했다.
김민식의 모습을 공교롭게 미국 프로야구 LA 다저스의 주전 포수 야스마니 그란달의 모습과 겹쳤다. 그란달은 지난 13일 밀워키와의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1차전에서 3회말 수비 때 패스트볼과 타격 방해 선언을 받았다. 1-1로 맞선 1사 1·2루 상황에서 가랑이 사이로 공을 흘리며 2·3루를 만들었고, 이어진 상황에서 헤수스 아길라르의 타격 때 배트 끝이 미트에 닿으며 타자 주자를 1루에 내보냈다. 만루 상황에서 3루 주자는 희생플라이 때 홈을 밟았고 밀워키는 2-1로 앞섰다. 이날 경기를 밀워키가 6-5 한 점 차로 이겼기에 그란달의 수비 장면에 큰 아쉬움이 남았다.
김민식의 실수는 KIA의 패배와 포스트시즌 탈락으로 직결됐다. 다저스는 아직 월드시리즈 진출이 좌절된 것은 아니지만 그란달이 2·3차전에서 공수를 가리지 않고 눈에 띄는 실수를 범하며 1승2패로 몰리자 4차전에서는 그란달을 선발 라인업에서 뺐다.
두 선수는 가을야구에서의 부진 외에도 몇가지 겹치는 모습이 있다. 포수로서 흔치않게 좌타석에 선다는 점(그란달은 스위치히터), 지난해 팀을 리그 최고 승률로 이끌었다는 점, 전반적으로 수비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하지만 뚜렷한 장점이 하나씩 있다는 점이다. 그란달은 최근 3년 연속 20홈런을 넘긴 장타력도 좋지만 볼을 스트라이크로 만드는 프레이밍이 좋다는 평가를 듣는다. 김민식은 어깨가 좋다는 평가를 받는 포수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에서는 약점이 더 두드러졌고 팀의 승패에도 영향을 미쳤다. 올 시즌 KBO리그 정규시즌만 봐도 주전 포수의 공백이 컸던 NC와 롯데가 힘든 시즌을 치르며 포수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줬다. 포스트시즌에는 그 중요성이 커지면 더 커졌지 줄어들지는 않는다는 점을 두 포수가 먼저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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