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6일][WC 1차전]이정후 "부딪칠까봐 일찍한 슬라이딩이 호수비 됐네요"

16일 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KIA를 꺾고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넥센 이정후 등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기뻐하고 있다. 고척 | 연합뉴스

와일드카드 결정전 최우수선수(MVP)는 제리 샌즈였지만, 못지 않게 중요한 역할을 한 건 이정후였다.

1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 KIA-넥센전 승부는 7회 이정후의 호수비에서 승패가 결정됐다. 이정후는 7회초 무사 1루 상황에서 KIA 최형우의 좌중간을 가를 듯한 타구를 슬라이딩하면서 잡아냈다. 곧장 일어나 내야를 향해 공을 뿌렸고, 타구가 장타가 될 것으로 판단해 2루까지 달렸던 1루주자 나지완은 귀루하지 못하고 태그아웃됐다.

7회초 5-5 동점을 허용했고, 주자를 1루에 내보냈던 넥센은 이정후의 이 수비로 역전의 위기에서 벗어났고, 7회말 이정후의 안타, 서건창의 2루타로 6-5 재역전에 성공했다. 바로 이어진 제리 샌즈의 투런 홈런으로 넥센은 승리의 8부능선을 넘었다. 와일드카드전 1경기만에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하는 경사를 누렸다.

당시 호수비에 대해 경기 후 이정후는 “좌타자인 최형우 선배님을 대비해 평소 위치보다 좌중간 쪽으로 치우쳐 있었다”고 말했다. 평소 수비 위치라면 잡기가 어려웠을 타구였는데 상대 타자를 겨냥한 수비 위치 변경이 효과를 본 것이다. 여기에 순간적인 판단력이 더해졌다. 이정후는 “중견수 임병욱 선배님이 달려오길래 서서 잡으면 부딪칠 것 같아 이른 타이밍에 슬라이딩을 하기로 마음먹었는데,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했다. 호수비 후 KIA 벤치에서는 이정후의 수비에 대해 비디오 판독을 요구했고 전광판에 느린 화면이 나오자 KIA팬들이 세이프를 확신한 듯 함성을 질렀지만 이정후는 “잡았다는 확신이 있었다. 확신이 있었기에 내야로 송구할 수 있었다”고 했다.

공·수에 걸친 활약 끝에 이정후는 처음 치른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승리의 쾌감을 맛봤다. 이정후는 “정규시즌 때와 포스트시즌 때 승리의 쾌감이 다르다. 그 때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구나’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는데도 자신감은 여전하다. 이정후는 “한화도 오랜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우리 팀에도 저를 포함해 경험이 적은 어린 선수들이 많다”며 “한화도 좋은 팀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지닌 투수력과 타력이 잘 발휘되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척|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