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서독에 광부와 간호사를 보내 차관을 받아오는 방안을 기획했던 백영훈 전 한국산업개발연구원 원장이 지난 16일 별세했다고 헌정회 등이 17일 전했다. 향년 93세.
고인은 1930년 전북 김제군 월촌면에서 태어나 고려대 상대, 서울대 대학원을 졸업한 뒤 1956년 서독으로 유학을 가 독일 에를랑겐-뉘른베르크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61년 박정희 대통령이 서독에서 차관을 받으려 할 때 독일어를 할 수 있는 전문가였던 고인은 서독 경제협력단에 포함됐고, 고인은 유학 시절 지도교수를 통해 서독 경제차관을 만나 3000만달러 상업 차관 약속을 이끌어냈다. 차관을 보증할 방법을 찾던 중 고인은 유학 시절 지인인 독일 노동부 과장으로부터 “한국인 5000명을 독일 탄광에 보내줄 수 있느냐”는 말을 들었다. 이를 계기로 광부 3000명·간호사 2000명을 독일에 보내 이들의 월급을 담보로 서독이 차관을 제공하는 방안이 성사됐다고 한다.
박정희 대통령이 1964년 11월 서독을 방문했을 때 고인은 통역관으로 동행하기도 했다. 이후 박 대통령의 경제고문을 맡았다. 고인은 1965년 국내 최초 경제연구소인 한국산업개발연구소(현 한국산업개발연구원) 소장에 취임했다. 이후 경제개발계획 자문위원회 위원장, 9·10대 국회의원,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의장 등을 지냈다.
유족으로는 부인 방한진씨와 자녀 백신영·훈(중앙대 교수)·신미·지희씨, 사위 강택수 재단법인 벤처캐피털타운 대표 등이 있다. 빈소는 중앙대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9일 오전 5시20분. (02)860-3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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