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수석 문자 보고’ 유병호 사무총장
그전 대화 내용 두고는 “답할 의무 없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11일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유병호 사무총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11일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에게 보낸 문자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논란거리를 제공해 송구스럽다”면서도 “그 소통은 정상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해 감사원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 배우자 김정숙 여사의 2018년 인도 방문에 대해 감사 착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유 총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 5일 국무회의 전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에게 “오늘 또 제대로 해명자료가 나갈 겁니다. 무식한 소리 말라는 취지입니다”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이 포착된 데 대해 해명한 것이다. 유 총장은 ‘무식한 소리’ 등 표현에 대해선 “공직자로서 절제된 용어를 쓰지 못해 죄송할 따름”이라고 재차 사과했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실도 (어떤) 문제가 있다면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대책을 수립해야 하는데 감사원과 소통할 사람이 국정기획수석밖에 없다. 그래서 소통한 것”이라고 이 수석과 유 총장을 옹호했다. 반면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의결을 거쳐 (대통령실에) 보고한 것도 아니고 (유 총장) 본인이 판단해서 알려줬다. 보수언론조차 독립성 침해를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유 총장이 이 수석과 추가로 나눈 대화가 무엇인지 추궁했다. 유 총장은 “그 보도 관련해선 더 없었다. 그날 (국무)회의 가는데 이게(보도내용) 사실이냐 물은 게 다다”라고 말했다. 그날 이전에 이 수석과 대화했는지에 대해선 “몇 번 있다. 습관적으로 (메시지를) 바로바로 지운다”면서 그 내용에 대해선 “답할 의무가 없다. 따로 답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계속되는 추궁에 “언론에 뭐 터지면 (대통령실에서) 물어보는 수준인데 어떤 때는 이런 것도 문의를 받아야 하나 안타까울 때도 있다”고 말했다. 권인숙 민주당 의원은 유 총장에게 통화 내역 제출을 요구했고,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유 총장을 증언 거부로 고발하자고 주장했다.

 

최 원장은 “김정숙 여사의 인도 단독 방문에 4억원 경비가 예비비로 단 사흘 만에 편성됐다. 감사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느냐”는 조수진 국민의힘 질의에 “한 번 좀 검토해 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조 의원은 “기재부 예비비 신청표에는 타지마할 방문이 없었다. 김 여사의 단독 인도 방문 예산 신청서가 가짜였다. 이것도 감사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느냐”고 주장했다. 최 원장은 “같이 검토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조 의원이) 거론한 문제는 전체적으로 사실관계를 모니터링해 감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의원들은 감사원이 문 전 대통령에게 서면조사를 통보했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이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공세를 취했다. 이를 두고 2인자인 유 총장 발언을 최 원장이 잘못됐다고 바로잡기도 했다. 유 총장이 “개별 감사에 대해서 위원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는 건 허위사실”이라고 하자 최 원장은 “(사무)총장은 위원회에 참석하지 못해 상황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답변한 것 같다. 감사위원들 문제제기는 있었다”고 정정했다.

 

최 원장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해 감사 개시와 진행 상황에 대해 대통령실에 보고한 바 있느냐는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없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 서면조사를 미리 보고했느냐는 물음에도 “그런 사실이 없다고 알고 있다”고 답했다. 대통령실 사전 보고 의혹을 부인한 것이다.

 

유 총장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 개시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 6월 해경이 기존 발표를 뒤집은 다음날 새벽 4시에 관련 뉴스를 보고, ‘사람 생명을 갖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해 오전 6시 문자메시지로 간부회의를 소집하고 오전 8시 회의에서 “이건 감사 안할 수 없다, 최우선과제”라고 결정했다는 것이다. 최 원장은 “사무총장과 참모들이 동의해서 가져왔고, 나도 동의해서 감사해보자 했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대통령이 감사를 요구할 수 있냐는 취지의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질의에 “대통령도 국민의 한사람으로 볼 수 있다”며 “요구는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법률상 감사 요구는 국회, 국민청원, 국무총리를 통해 할 수 있다. 최 원장은 “4대강 관련 (감사를) 전임 대통령이 지시하셨다거나 했는데 요청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조 의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 시즌2 같다”며“대통령이 시민 한 사람이 건의하는 것과 똑같나”라고 지적했다.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감사원이 공직자 7000여명의 지난 5년간 KTX·SRT 이용내역(코레일)과 출입국 내역(법무부), 강연료 등 기타소득 내역(국세청), 코로나19 감염 여부와 김염 시기(질병관리청) 등 자료를 요구했다며 “전 정부 공공기관 간부의 허점을 잡아 쫓아내려고 그런 건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날 오전 회의에서 “국정조사를 고려하겠다”고 한 사안이다. 최 원장은 “세세한 내용은 보고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순식 사회복지감사국장은 출연·출자기관 경영관리 실태 감사가 진행 중이라면서 “전체 출연기관 160개 중 60여 개를 선정해 그중 필요한 최소 인원을 선정해서 자료를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감사원 국감은 민주당이 감사위원 전원 배석 등을 요구하며 시작 8분만에 파행을 빚었다. 여야 의원들이 의사진행발언을 하며 고성을 주고받았다. 국감 질의는 감사위원이 배석하기로 하고 오후에야 재개됐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