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스노보드 신다혜
ㆍ소치 올림픽 출전 좌절 딛고 아시안게임 동메달 목에 걸어
ㆍ평창서 개인 최고 성적 목표…남동생과의 동반 출전도 기대
한때 그는 ‘스노보드의 미래’로 불렸다. 16세 국가대표 앞에 펼쳐진 미래는 장밋빛으로 넘쳐났다. 늘 찬란하게 꿈꿨던 미래는 그에게 오지 않았다. 절망, 좌절, 포기 같은 말들이 꿈, 야망, 도전이 뛰놀던 자리를 대신했다. 그로부터 14년. 젊음의 뒤안길을 묵묵히 버텨낸 그가 평생의 꿈을 이룰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다. 처음 보드를 탔던 바로 그곳에서.
스노보드 알파인 대표인 신다혜(30·사진)의 이야기다. 그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남녀 스노보드 알파인 대표팀 최고참이다. 그가 처음 태극마크를 단 건 고1로 열여섯 살 때인 2004년이었다. 동계 스포츠 마니아인 아버지를 따라 일곱 살 때부터 스노보드를 탔던 덕분이다. 2005년 2월 국내에서 처음 치른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 대회에 국내 여자선수로는 유일하게 참가했다. 동계스포츠 중에서도 미개척지였던 스노보드에 등장한 유망주. 그에게 많은 기대가 쏠리는 것도 당연했다. 세계와의 격차가 워낙 컸지만 20대 중반이 되면 올림픽 무대를 노크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있었다.
탄탄대로를 달리던 그에게 잇단 불행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2005년 초 ‘스노보드 스승’이기도 했던 어머니를 암으로 떠나보냈다. 슬픔에 오래 빠져 있을 법도 했지만 신다혜는 2007년 초 참가한 국내 대회에서 받은 상금 300여만원을 암투병 중인 경찰관에게 치료비로 쾌척했다. 가족을 잃은 슬픔을 넘어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돕기로 결정한 것이다. 어머니를 잃은 슬픔을 뒤로하고 그는 2014년 소치 올림픽을 향해 달려가야 했다. 이번엔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2013년 치명적인 무릎 부상을 당했고, 결국 소치 올림픽 출전 꿈을 접고 말았다.
하지만 신다혜는 불운에 굴복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타고난 긍정적인 성격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힘이 됐다.
신다혜는 “어린 시절 부상을 여러 번 겪었다. 심적으로 힘든 시간들도 있었고, 선수생활을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며 “주변에 많은 분들이 저를 일으켜줘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스노보드 남매’로 유명한 동생 신봉식(26)도 힘이 됐다. 신봉식은 2014년 스노보드 알파인 남자 대표로 출전했다. 신다혜는 “같은 종목 선수로서 기술적인 면도 공유하고 조언도 해주고 있다”고 했다.
아픈 시간들을 견뎌내자 좋은 소식이 연이어 들려왔다.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대표로 출전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고, 올림픽 출전 꿈도 이뤘다. 오랜 선수 생활을 통해 다진 기본기와 평정심은 이제 신다혜의 최고 강점이 됐다.
신다혜는 “이제는 뒤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리고 있다”며 “쓰러지지 않게 도와준 모든 분들이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신다혜는 1월에는 유럽에서 올림픽 대비 훈련을 겸한 FIS 월드컵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올림픽 목표로는 과감하게 ‘포디움(시상대)’을 잡았다. 최근 오스트리아 라켄호프에서 열린 대회에선 이상호와 조를 이뤄 평행 혼선 단체전에서 12위를 기록했다. 스노보드가 대회 당일 컨디션이나 순간의 실수로 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종목인 만큼, 홈 코스를 등에 업은 신다혜에게 결선 진출은 실현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
공교롭게도 올림픽 대회 코스가 위치한 휘닉스파크는 신다혜가 태어나 처음 아버지와 함께 보드를 탔던 추억이 있는 곳. 올림픽을 맞는 신다혜의 느낌과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선수로서 마지막일 수도 있는 올림픽에서 개인 최고 성적을 내고 싶어요. 그게 지금까지 잘 버텨온 저에게 주는 메달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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