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8~2019 V리그 올스타전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선수는 밴드 ‘퀸’의 프레디 머큐리를 흉내낸 서재덕(한국전력)이었다. 하지만 서재덕 못지 않게 올스타전을 축제 분위기로 만든 또 다른 선수가 있었다. 어느덧 한국에서 세번째 시즌을 뛰게 된 크리스티안 파다르(현대캐피탈)였다.
파다르는 여자부 경기로 열린 1세트부터 존재감을 뽐냈다. 벤치에 남·녀 프로팀 감독들 여럿이 앉은 가운데 파다르는 감독들처럼 코트 앞에 서 팔짱을 낀 채 경기를 지켜봤다. 직접 작전시간을 요청한 뒤에는 한국말로 “집중을 해야지, 수비 조금 뒤로, 토스 조금 더 빠르게. 공격수 준비 빠르게”라고 지시하더니 돌연 “똑바로 해!”라고 일갈하며 여자부 선수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2세트 혼성 경기부터는 코트 안에서도 ‘활약’을 이어갔다. 지난 시즌 올스타전처럼 단신 리베로 정민수(KB손해보험)와 콤비 플레이를 이뤘다. 파다르가 정민수를 번쩍 들어올려 공격과 블로킹을 도왔다. 귀여운 돼지 머리띠를 머리에 쓴 채 강력한 스파이크 서브로 득점에 성공했고, 이후 걸그룹 모모랜드의 댄스곡 ‘뿜뿜’에 맞춰 춤동작을 선보이며 ‘반전매력’을 뽐냈다. 득점을 낸 뒤 올스타전을 앞두고 오른팔에 새긴 한글문신 ‘파다르’를 중계 카메라로 다가가 자랑하기도 했다. 1세트 쑥스러운 듯 세리머니를 자제했던 여자 선수들도 파다르가 활약한 2세트부터 보다 적극적으로 준비한 세리머니들을 선보였다.
최우수선수(MVP)와 세리머니상을 모두 서재덕이 차지했지만 파다르도 유력한 수상 후보였다. 세리머니상 투표에선 19표 중 8표를 얻어 서재덕(9표)을 바짝 쫓았고, MVP 투표에서도 서재덕(7표)·전광인(6표·현대캐피탈)과 큰 차이가 없는 5표를 받았다. 두 상 중 하나를 파다르가 받았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파다르는 ‘팬들과 선수들이 함께 호흡하며 즐기는’ 올스타전을 가장 잘 이해하고 실천으로 옮기는 선수다. 나이가 어리긴 하지만 파다르는 팀의 주포인 외국인 선수이기에 몸을 사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에 이어 적극적인 ‘팬서비스’에 나섰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에 따르면 ‘평소에는 조용한 선수’이기에 올스타전에서 선보이는 파다르의 맹활약은 더욱 놀랍다. 이제 파다르는 올스타전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됐다.
파다르는 다가올 5·6라운드 코드에서도 빛날 준비를 마쳤다. 파다르는 리그에서 가장 높은 퀵오픈 성공률(68.82%)과 가장 많은 세트당 서브 득점(0.83개)을 기록했고, 트리플크라운(후위공격·블로킹·서브득점 한 경기 3개 이상)도 가장 많은 4회나 달성하며 현대캐피탈의 선두 질주를 이끌고 있다. 두 시즌 동안 우리카드의 유일한 공격 옵션으로 분전했던 파다르는 올스타전의 맹활약을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에도 이어가 우승컵까지 품에 안겠다는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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