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해창, 정진호, 장시환, 김문호. 이석우·김기남 기자
한화는 최근 몇년째 ‘뎁스’를 강조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한 시즌을 충분히 꾸려나갈 두터운 선수층을 꾸리지 못했기에 한화는 뎁스에 대해 오랜 갈증을 느꼈다.
이번 오프시즌, 한화는 외인 선수 및 FA 계약 과정에서 기존 선수들과의 재계약에 중점을 맞춘 가운데 준주전급 선수들을 여럿 데려왔다. 연령대도 나란히 30대 초반인 이들의 활약여부에 한화의 도약 여부가 걸렸다.
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로 포수 이해창과 외야수 정진호, 투수 이현호를 데려온 뒤 다음날 트레이드를 통해 투수 장시환을 데려왔다. 각 구단이 12월을 앞두고 선수단 명단을 정리한 뒤에는 한 때 인상적인 활약을 보였던 야수들을 데려왔다. 지난달에는 SK에서 방출된 내야수 최승준을 영입한 뒤, 지난 14일에는 롯데에서 방출됐던 외야수 김문호까지 품에 안았다.
트레이드나 2차 드래프트, 방출 선수 영입은 매 시즌 정례적으로 이뤄지는 일이다. 눈에 띄는 건 영입 선수들이 한 때 각 팀에서 주전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였던 이들이라는 점이다. 가장 최근에 한화행을 결정한 김문호는 2016년 140경기에서 타율 0.325, 2017년 131경기 타율 0.292를 기록하는 등 펼쳐보이지 못한 잠재력을 펼쳐냈다는 평가를 들었다. 최승준은 SK 유니폼을 처음 입은 2016년 타율 0.266에 19홈런, 42타점으로 잠재된 장타력을 선보이며 주목받았다.
KT에서 뛰었던 포수 이해창도 2017년 114경기에 뛰는 등 입지를 한차례 다졌다. 정진호는 주전 외야수로 오래 뛴 적은 없지만 야수진이 두텁지 않은 팀에 가면 외야 한 자리를 차지할만한 자원으로 꼽혔다.
이 선수들의 또다른 공통점이 있다. 1992년생 이현호를 빼고 모두 1987~1988년생 선수들이다. 이들은 올해 만으로 32~33세가 되는데, 다른 팀에서는 주축이 될 연령대이지만 한화에서는 존재감이 생각보다 두드러지지 못한 연령대다. 이들은 고졸인 경우 2000년대 중반, 대졸인 경우 2010년대 초반에 입단했다. 한화가 하위권이 처지기 시작하고, 소홀했던 육성이 문제로 떠오르기 시작했던 때다.
현재 한화는 FA 계약을 남겨둔 김태균을 비롯해 이성열, 송광민, 이용규, 정우람 등 30대 중·후반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이들은 해가 갈 수록 기량이 향상하리라 기대하기는 어려운 연령대에 이르렀다. 지난해 활약한 30대 초반 주축 선수는 포수 최재훈을 빼면 전무하다. 장민재와 이태양은 다소 주춤했다.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이 조금씩 기회를 잡으며 성장하고 있지만, 더욱 성장할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서는 한창 절정의 기량을 발휘할 30대 초반 선수들의 활약도 필요하다. 새로 영입된 선수들이 분전해야 한화는 올 한 해뿐 아니라 장기적인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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