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2020시즌을 풀타임으로 무사히 치러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긴 하지만, 두산 허경민(30)에게 주어질 FA 기회는 그에게 뜻깊다. 고등학교 때 함께 청소년 대표로 뽑혀 함께 내야 유망주로 꼽힌 동기생들의 뒤를 이어 FA 자격을 얻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미국에 건너가 지난해에 한국 무대에 데뷔한 이학주(삼성)를 빼면 허경민이 비교대상이 된 동기 내야수 중 FA 막차를 탄 셈이다.
한 해 먼저 FA가 된 삼성 김상수, 이번에 FA 권리를 행사한 LG 오지환과 롯데로 이적한 안치홍은 모두 허경민과 같은 1990년생으로 2009년 나란히 프로에 데뷔했다. 허경민과 달리 세 명은 2009년 입단부터 팀의 주전 자리를 꿰찼고, 꾸준히 주축으로 활약한 끝에 만 서른이 되기 전 FA가 됐다.
허경민은 입단 첫 해 1군 무대에 서지 못했고 한 시즌만에 경찰 복무를 택했다. 두산의 내야진이 당시에도 그만큼 두터웠고 허경민은 미래를 기약했다. 전역 후 맞이한 2012시즌에 비로소 1군 데뷔전을 치렀고, 2014년부터는 매년 100경기 이상 출전하며 두산의 내야에 없어서 안될 존재로 우뚝 섰다.
동기생들의 계약 내용이 허경민에게 ‘기준점’이 될 수도 있다. 동기생들의 계약규모는 천차만별이다. 지난해 초 김상수는 3년 최대 18억원에 계약을 맺었고, 연말에는 오지환이 4년 40억원에 계약했다. 올해 초엔 안치홍이 2+2년 최대 56억원 계약에 성공했다. 김상수는 일찍이 국가대표 내야수가 됐으나 FA 계약을 앞둔 몇년간 타격 부진에 시달린 여파가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돌아왔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2017~2018년 타격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이 모두 4점대로 전체 20위권에 들었던 안치홍이 최대 총액으로는 가장 많은 금액을 받았다.
오지환의 최근 3년간 타격 WAR은 2.14-2.83-3.37이다. 허경민은 2018년 3.56, 2019년 2.44로 측정됐다. 다가올 해 예년과 비슷한 타격 기여도를 기록한다면 오지환 못지 않은 계약도 꿈꿔볼 수 있다. 여기에 허경민은 두산의 두터운 내야진을 뚫고 국가대표 3루수로까지 자리한 원동력인 안정적인 수비 실력까지 보유하고 있다.
허경민은 FA를 앞둔 시즌, 특출난 성적보다는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집중할 참이다. 지난 15일 두산의 창단기념식 후 허경민은 “올해 특별히 엄청난 성적을 거둬서 FA 대박을 내야겠다는 생각은 없다”며 “제가 그동안 해왔던만큼의 성적을 내면 충분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분들이 올해가 두산의 우승 찬스라고들 하시는데 저도 동의한다”면서도 “팀에 (예비) FA가 많다고 우승을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팀 성적을 보고 야구해야 개인적인 성적도 좋아질 것”이라는 말로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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