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꼴 침체’를 이어갔던 프로배구 수원 남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여자부 현대건설이 최근 3연승을 거둬 4라운드를 기분좋게 마무리한 반면, 남자부 한국전력은 16연패를 끊은 뒤 다시 6연패의 늪에 빠져버렸다.

한국전력은 지난 15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8~2019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삼성화재전에서 0-3 완패를 당했다. 중위권에 처져있던 삼성화재가 올 시즌 워낙 들쭉날쭉한 공격력을 보였기에 한국전력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도 없는데다 서브도 약한 한국전력을 상대로 삼성화재는 안정적인 리시브를 선보였고, 팀 블로킹과 송희채의 공격력까지 살아나며 손쉽게 승리를 거뒀다.

나란히 수원을 연고로 하고 있는 남자부 한국전력 선수들(위)와 여자부 현대건설 선수들. KOVO 제공

나란히 수원을 연고로 하고 있는 남자부 한국전력 선수들(위)와 여자부 현대건설 선수들. KOVO 제공

한국전력의 시즌 성적은 1승22패(승점 9점). 올스타전을 이틀 앞둔 오는 18일 5위 OK저축은행과의 4라운드 마지막 대결을 남겨두고 있지만 쉬워보이지는 않는다. OK저축은행은 선두권에 머물던 때의 기세를 잃고 5연패에 빠졌다가 최근 2위 대한항공의 덜미를 잡는 등 2연승으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OK저축은행 역시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서는 한국전력을 꼭 잡아야 하는 상황인데다 경기 후 약 일주일의 올스타전 휴식기가 기다리고 있기에 총력을 다할 가능성이 높다.

김철수 한국전력 감독은 “선수들이 외국인 선수가 없는데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똘똘뭉쳐서 악착같이 수비하는 모습이 고맙다”면서도 “결정적인 순간 집중력 부족이 아쉽다”고 말했다. 처리하기 어려운 공은 몸을 날려 걷어내 상대를 어렵게 하고 있지만, 찬스에서 연결이 매끄럽지 못해 실점하면서 승리를 챙겨오지 못하고 있다. 서재덕이 분전하지만 외국인 아르템 수쉬코의 복근 부상 공백이 여전히 크다. 지난해에 이어 갑작스레 주전 세터가 된 프로 2년차 이호건의 경험 부족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한국전력의 부진은 비슷하게 부진한 행보를 보이던 현대건설이 최근 3연승에 성공하며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난적 한국도로공사와 5위 KGC인삼공사를 연달아 잡더니 선두 다툼 중인 강호 IBK기업은행에도 3-1 승리를 거두며 고춧가루를 뿌렸다. 세트당 0.871개의 블로킹으로 이 부문 압도적 1위인 센터 양효진이 굳건히 버티고 있는 가운데, 시즌 도중 합류한 외국인 밀라그로스 콜라(등록명 마야)의 공격력도 점차 힘을 더해가고 있다.

마야는 지난 15일 현재 경쟁자들보다 적은 12경기만에 295득점을 올려 득점 부문 8위에 올랐다. 팀의 공격 의존도가 높은 가운데서도 마야의 공격 성공률은 41.18%로 1위다. 센터 김세영(흥국생명)의 자유계약선수(FA) 이적 공백이 컸지만, 신인 센터 정지윤이 그 빈자리를 메워주고 있다. 연승 기간 마야-양효진에 이은 세번째 공격옵션으로 떠오른 정지윤은 최근 신인왕 후보로도 급부상하고 있다. 여자부의 선두권이 워낙 굳건해 현대건설이 봄배구를 노리긴 어렵지만, 적어도 자존심 화복만큼은 확실히 하고 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