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키움 김하성이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최근 야구팬들이 주목하는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는 드림즈의 구단주 대행이 새 시즌 팀 연봉 총액을 30% 삭감하기로 결정한 대목이 있다. 야구팬들은 2008년 히어로즈가 팀 연봉을 35% 삭감했던 전례를 떠올렸다. 2007시즌을 끝으로 해체된 현대 선수단을 이어받은 히어로즈는 거금을 지원해주는 모기업이 없는 특성을 들어 전례없던 대폭 삭감을 단행했다.

갓 창단했던 12년전만큼은 아니겠지만, 여전히 키움은 다른 구단에 비해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 팀은 아니다. 메인 스폰서 외에도 크고 작은 스폰서를 매년 유치해야 하고, 해외에 진출하는 선수들의 이적료를 바탕으로 구단 살림을 꾸려나가야 하는 상황인건 크게 다르지 않다.

키움증권을 새 스폰서로 받아들인 지난해, 히어로즈의 연봉 협상은 쉽게 진행되지 않았다. 스프링캠프 출발 전날에야 선수단 전체 연봉 협상을 완료해 발표했다. 전 시즌 정규리그를 4위로 마쳤고 포스트시즌 돌풍을 일으키며 플레이오프 5차전 극적인 명승부를 벌이는 등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지만 연봉 협상 과정에서는 진통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정후가 2억3000만원에 계약하며 3년차 선수 연봉 신기록을 새로썼지만 이정후(연봉 인상률 109.1%)나 최원태(80%)를 빼면 억대 연봉자들의 인상폭이 크지는 않았다.

2018년 부상으로 출장수가 적었던 탓도 있지만, 팀의 주축이던 서건창은 2019시즌 2년 연속 삭감을 받아들여야 했다. 김하성은 2018년 타율 0.288, 20홈런, 84타점으로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으나 다음해 연봉이 3억2000만원으로 동결됐다. 구단의 최초 제시액은 이보다도 눈에 띄게 적었다는 소문 또한 돌았다.

올해 키움은 연봉협상이 진행중인 가운데서도 지난 6일 김하성과 이정후의 대폭 인상 소식을 알렸다. 김하성은 7년차, 이정후는 4년차 최고 연봉 기록을 경신한 가운데 상승폭도 컸다. 김하성의 연봉은 전년보다 2억3000만원, 이정후는 1억6000만원이나 올랐다. 구단은 높은 팀내 고과를 반영해 둘에게 대폭 오른 연봉을 안겼다고 설명했다.

그 외에도 연봉 인상이 예상되는 선수들이 더 있다. 2018년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지난해 연봉이 절반으로 깎였던 조상우를 비롯해 곧 예비 FA가 될뿐 아니라 지난 시즌 쏠쏠하게 활약한 서건창, 한현희, 김상수 등이다. 지난해에는 2018년보다 더 높은,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성과를 냈기에 팀 전반적으로 연봉이 인상돼야할 명분이 더 크다.

관건은 구단의 주머니 사정 변화에 있다. 다만 일본 프로야구 한신과 연봉 110만달러에 계약한, 국내에서 검증된 외인 타자 제리 샌즈와 계약하지 않고 대신 테일러 모터를 35만달러에 영입한 것을 보면 이번에도 지출 기조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키움 구단 측은 김하성·이정후의 재계약을 알린 시점에서도 “연봉 협상이 거의 마무리됐다”고 했지만, 일부 선수들과의 협상에 어려움을 겪어 완료가 더뎌질 가능성도 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