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 및 생존자 등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특위 공청회에 참석해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과 생존자들은 12일 국회 국정조사에서 참사 당시 상황을 전하며 윤석열 정부의 부실 대응을 질타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언행이 ‘2차 가해’라고 비판하며 “이 장관도 죄를 면치 못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유가족과 생존자가 발언 도중 울음을 터뜨려 국정감사장이 눈물바다가 됐다.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이날 국회에서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2차 공청회’를 열었다. 유족 8명, 생존자 2명, 이태원 지역 상인 1명이 진술인으로 나섰다. 이 장관을 포함한 정부기관장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생존자 김초롱씨는 “저에게 2차 가해는 장관, 총리, 국회의원들의 말이었다”며 “몇 주 전 고등학교 생존자가 스스로 세상에 작별을 고했을 때 저는 스스로 잡고 있던 끈을 놓칠 뻔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참사에서 생존했으나 2차 가해 등으로 숨진 159번째 사망자에게 “스스로 더 굳건하고 치료를 받겠다는 생각이 강했으면 좋지 않았을까”라고 발언한 데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고 싶다. 치료와 상담을 이렇게 열심히 받는 저는 매번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경험을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생존자는 “이태원 참사로 예비 신부를 잃었다. 이태원 도착 후 15분 만에 참사를 당했다”며 “초기에 왜 소수 (구조)인원만 출동했는지 의문이다. 처음부터 많은 인력이 투입됐다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희생자를 잃었다는 슬픔에 대해 공감하고 서로를 위로하며 버텨낼 수 있었다. 이런 공감이 없었더라면 저는 159번째 희생자와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라며 “유가족들이 서로를 만날 수 있도록 정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정부는 그런 모임은 만들어주지 않았다. 이것 또한 2차 가해”라고 말했다.

 

희생자 박가영씨 어머니 최선미씨는 “아들이 상담을 받으면서 ‘경찰의 잦은 연락이 감시를 받는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는데, 상담을 마치고 돌아오니 경찰에서 전화가 와서 ‘상담 다녀오셨더라, 저희가 연락하는 게 불편하셨나’라고 얘기했다”고 주장했다. 희생자 이지한씨 어머니 조미은씨는 “(참시 당시) 85분 간 상황설명만 듣고도 ‘그 시간에 제가 놀았겠습니까’ 하는 이 장관도 죄를 면치 못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희생자 조경철씨 동생 조경선씨는 “오빠의 행적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정보공개신청을 통해 구급일지를 요청했다”며 “용산경찰서에서는 성남중원경찰서에서, 성남중원경찰서에서는 용산경찰서에서 수사를 한다는 어이없는 떠넘기기 속에서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조씨는 진술을 마친 뒤 울음을 참지 못하고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흘렸다. 유족, 생존자, 여야 의원들도 눈물을 훔치는 등 곳곳에서 울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이태원 상인 남인석씨는 “제가 나올 자리가 아닌 것 같아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 유가족들에게 사과의 인사를 먼저 드려야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나 큰 절을 했다. 남씨는 “트라우마가 너무 쌓여서 숨이 막힌다”며 말을 이어나갔다. 참석자들은 계속 눈물을 흘렸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이자 희생자 이지한씨 의 아버지 이종철씨는 “국정조사를 보며 유가족들은 오히려 실망감과 좌절감을 크게 느꼈다. 더욱 좌절스러운 부분은 국정조사 시간에 진상규명이 아니라 정쟁을 위해 질의하는 일부 위원님들의 질의나 태도”라며 “납득할 수 없는 답변과 허위진술로 점철된 국정조사로 인해 유가족들은 이후에도 진상규명을 외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지한씨 어머니 조미은씨는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참사 당일 ‘닥터카’ 탑승과 관련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질의 태도를 두고 “신 의원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하지만 의원 5명이 돌아가며 같은 얘기를 반복하는 게 진상규명에 어떤 도움이 되는 것이냐”며 “소중한 시간에 한 분이 질문했으면 다른 네 분은 다른 질문을 했여야 한다는 말이다. 진심으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여당도 원하고 있다면 말이다”라고 말했다.

 

최선미씨는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에게 “신원조회에 12시간이 걸린 것과 아이들이 나체로 부모에게 인계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나 소방, 경찰에 자료를 요청하셨냐”며 “우리(유가족)에게 뭘 해줄 것처럼 하더니 아무것도 안했죠. 그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말했다. 이에 국조특위 위원장인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지금 (특위) 위원들에게 질의하는 순서는 아니다. 정리해주기 바란다”고 자제를 요청했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국정조사로 끝나지 않고 제기됐던 의문은 국회의원 한 명으로서 부족한 부분을 해결해 나가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유가족, 생존자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가장 처음 했어야 했는데 어쩌면 가장 나중에 하고 있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고 죄책감이 든다”고 말했다.

 

국정조사 활동 기간은 오는 17일 종료된다. 우상호 의원은 “특위의 모든 공식적인 활동은 끝났고 결과보고서 채택을 위한 회의만이 남았다”며 “회의 일정은 여야 간사 협의를 거쳐 공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철씨는 “아직 저희(유족)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공청회 인원 제한으로 말씀을 하시고 싶은 분들이 많았는데 (못했다)”며 “다음주에 여야 간사 두분께서 (추가 공청회) 날짜를 잡아주시라”고 요청했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