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한국 여대생 피살 사건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호주에 입국한 한국 여대생 살해 피의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호주 현지 브리즈번타임스 등 보도를 보면, 호주 경찰은 한국 여대생 반모씨(22)를 살해한 혐의로 호주 백인 알렉스 르우벤 맥이완(19)을 26일 체포했다. 반씨는 지난 24일 오전 4시20분쯤 호주 브리즈번 위컴 공원 근처에서 살해된 채 목격자에게 발견됐다. 호주 경찰은 목격자와 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를 통해 피의자를 붙잡았다.
▲ 10대 백인 용의자 체포 “아무나 죽이고 싶었다”
대학생들 호주행 많아 “정부, 신변안전 대책을”
조강원 호주 시드니총영사관 경찰영사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피의자가 호주 경찰에 ‘지나가는 사람 중 아무나 죽이고 싶었다’고 진술했다”며 “인종차별 등 정확한 살해 동기는 추가 수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씨는 지난달 16일 호주에 영어와 스페인어를 배우기 위해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입국했으며, 브리즈번 중심업무지구에서 청소부로 일했다. 반씨는 사건 당일에도 청소일을 하기 위해 출근하는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반씨의 가족은 26일 오전 현지에 도착해 반씨의 시신을 확인하고, 경찰 등으로부터 사건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워킹홀리데이는 국가 간 협정을 통해 젊은이들이 여행 중인 방문국에서 취업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제도다. 한국과 워킹홀리데이 협약을 맺은 15개 나라 중 호주는 영어권 국가이면서 인원제한이 없어 전체 워킹홀리데이 지원자 중 70% 이상인 연 3만~4만명이 몰린다.
그러나 학생들이 처한 상황은 워킹홀리데이의 취지와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워킹홀리데이 참가 학생들은 인종차별 문화, 제한적인 취업시장 등의 문제점을 호소한다.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온 박모씨(27)는 “한국 학생은 싸게 부려먹을 수 있다는 인식이 있어 좋은 직장을 구하기 매우 힘들었다”면서 “워킹홀리데이 학생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법적 제도가 없어 인종차별이나 힘든 노동에 무방비로 노출된다”고 전했다. 실제로 영어에 능숙하지 않은 한인 학생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농장 일, 식당 서빙, 마트 정리, 공공시설 청소 등으로 국한돼 있고 임금도 상대적으로 적다. 워킹홀리데이에 참가 중인 신모씨(24)는 “학생들의 시급은 호주 최저임금 16.37호주달러(약 1만6000원)보다 낮은 12~13호주달러(1만1600~1만2600원), 한인이 많은 시드니는 9~10호주달러(8700~9700원)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안전 문제도 지적했다. 신씨는 “한인 학생들 사이에서도 조심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늦은 시간이나 너무 이른 시간엔 외출을 자제해야겠다는 말도 나온다”고 현지 학생들의 반응을 전했다. 이번 사고를 당한 반씨도 자신이 일하던 호텔로 새벽 청소일을 하러가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다문화정책을 연구한 김범수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43)는 “호주에는 1970년대 후반까지 있던 백호주의의 영향으로 아직도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이 남아 있다”며 “워킹홀리데이 제도의 취지를 살리려면, 취업 국가별 내국인 신변보장 등 안전장치 마련과 일에 대한 정당한 보수 지급 등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조형국·윤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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