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EU “군사개입 즉각 중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국가지위’를 부여하는 문제를 거론했다. 

지난 2월 이 지역에서 친러시아계 반군의 활동이 시작된 이래 푸틴이 ‘국가지위’를 직접 입에 담은 것은 처음이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은 31일 러시아 TV에 나와 “우크라이나 남동부 주민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국가지위에 대해 논의를 즉각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월 친러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반러시아 시위에 밀려 축출된 것에 대해서도 서방이 지원한 ‘쿠데타’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도네츠크, 루간스크 등을 중심으로 한 동부 친러 반군은 야누코비치가 축출된 뒤 키예프 중앙정부로부터의 독립을 주장하며 반정부 무력투쟁을 시작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이 문제와 ‘공식적으로는’ 선을 긋고 있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러시아가 병사들을 국경 너머로 들여보내고 반군들에게 무기를 지원해주고 있다고 비난했으나, 크렘린은 이를 부인해왔다.

그러다가 최근 친러 반군의 거점도시들이 정부군에 포위되자, 러시아군으로 의심되는 부대가 크림반도와 러시아를 잇는 길목인 항구도시 노보아조프스크를 공격했다. 

이어 푸틴이 ‘국가지위’를 언급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금까지 푸틴은 우크라이나 동부 러시아계 주민들이 이익을 보호받아야 한다고만 밝혀왔다.

푸틴의 이번 발언이 논란을 불러일으키자 크렘린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동부를 분리시키려는 의도는 아니다”라며 서둘러 진화했다. 크렘린 측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주민들의 이익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당장 우크라이나 정부와 주민들 간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푸틴의 의도가 무엇이든 지금까지의 어떤 발언보다 강경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크림반도처럼 아예 러시아에 합병해버리지는 않더라도, 우크라이나 정부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지역으로 만들어버리려는 구상을 갖고 있을 수도 있다. 러시아는 옛소련권인 몰도바의 동부 산업지대 트란스니스트리아를 실질적으로 장악, 몰도바 국경 안에 있지만 사실상 러시아 영향력 아래에 있는 지역으로 만들어버린 전례가 있다.

러시아와 서방 간 갈등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연합(EU)은 30일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군사 개입을 멈추지 않으면 일주일 내로 추가 제재안을 마련하겠다며 사실상 ‘최후통첩’을 선언했다. 

제재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전의 제재에 금융·에너지·국방 분야 제재가 추가될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예상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