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지 25일로 나흘째가 됐다. 잉락 친나왓 전 총리 등 주요 정치 지도자들을 잡아들인 군부는 정치인뿐 아니라 학자·시민활동가들에게도 소환을 명했다. 군부는 또한 쿠데타 반대 시위에 참가자들에 대한 강경 진압을 시사했다. 하지만 이날 쿠데타 이후 최대 규모의 반대 시위가 수도 방콕에서 벌어졌다.
군부가 이끄는 국가평화유지위원회는 23일 상원을 해산하고 잉락을 소환시킨 데 이어 24일에는 저명한 학자들과 정치인들에도 소환 명령을 내렸다. 이 중엔 친탁신계 푸어타이당 대표인 짜루뽕 루엉수완도 포함됐다. 짜루뽕은 페이스북에 “나는 푸어타이당의 대표이기에 반군(군부)와의 만남에 응하지 않겠다”는 글을 올렸다. 짜루뽕은 자신 외에도 35명 이상이 군부의 소환명령을 받았다고 전했다. 일부 교수들도 군부의 소환에 불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방콕포스트가 전했다. 지금까지 잉락과 니와툼롱 분송파이산 전 임시총리, 반정부 시위를 이끌던 수텝 트악수반 전 부총리 등 100여명이 군부에 붙잡혀 있다.
군부는 쌀 수매정책에 참여했다 정부로부터 쌀값을 받지 못한 농민 8만여명에게 총 550억바트(약 1조7000억원)을 26일부터 지급하기로 했다. 쌀 수매정책은 탁신 친나왓 전 총리가 2001년 집권하면서 시작해 농민들의 지지를 이끌어 냈던 정책이다. 그러나 과도한 재정 적자를 초래해 수매대금 지급이 늦어졌고, 지난해 11월 반정부 시위를 일으킨 주된 원인이기도 했다. 군부의 쌀 수매대금 지급은 탁신의 지지기반인 북부 농민들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반면 군부는 쿠데타에 반대하는 친탁신계 활동가들과 시민들을 체포하기 시작했다. 군부는 24일 북부 콘켄주에서 22명을 테러 모의 혐의로 체포했다. 폭탄·탄약 400여점도 압수했다. 윈타이 수와리 군부 부대변인은 25일 방송 연설을 통해 “반쿠데타 시위에 참여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태국의 민주주의는 결과적으로 많은 것을 잃게 했다”며 “시민들, 군·경력은 갈등을 최소화하려는 국가평화유지위원회의 요구를 따라야 한다”고 했다. 쿠데타를 주도한 쁘라윳 짠 오짜 육군참모총장은 “지금은 민주주의 원칙을 정상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고 이날 말했다.
그러나 이날 방콕에서는 쿠데타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가 벌어졌다. 시민 1000여명이 방콕 시내 전승탑 주변에 모여 행진을 벌였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시위대는 “군부 물러나라” 등의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방콕 중심가를 활보했다. AFP통신은 이날 시위 참가자 중 최소 2명이 군에 연행됐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친탁신 지지세력 이외의 시민들도 쿠데타에 반대하고 있으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결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군부는 22일 쿠데타를 선언한 직후 5명 이상의 집회를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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