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째 장기집권중인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의 권력 승계자 후보였던 장녀 굴나라 카리모바(42)가 우즈벡 검찰에 기소됐다. 지난 2월부터 수도 타슈켄트 자택에서 자택연금돼 있던 카리모바는 이로써 권력 다툼에서 밀려나 수용소에 구금될 처지에 놓였다.

우즈벡 대검찰청은 8일 카리모바를 마피아 조직과 연계된 공갈·협박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두 마피아 조직이 국내 기업들로부터 총 1020억숨(약 443억원)을 갈취했으며, 카리모바가 이에 연루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카리모바의 정확한 개입 정황은 밝히지 않았다. 이번 기소를 계기로 카리모바가 악명높은 우즈벡의 수용소에 수감될 수도 있다고 중앙아시아 소식을 전하는 미국 온라인 매체 유라시아넷 등은 전했다. 우즈벡 수용소에서는 아직도 전기 고문을 비록한 반인권적 행위가 벌어지고 있어, 카리모프의 25년 독재를 가능케 한 ‘공포정치’의 근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굴나라 카리모바 | 위키피디아

이번 기소는 카리모프의 후임 집권자로도 거론됐던 카리모바를 사실상 차기 권력 승계에서 제외하려는 행동으로 풀이된다. 카리모바는 지난해부터 트위터에 자신의 어머니와 여동생을 비판·모함하는 글을 올려, 카리모프를 자극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리모바는 지난 2월부터는 자택에 연금된 상태다. 카리모바는 지난달 유라시아넷 등에 공개한 녹음 파일에서, 자신의 딸 이만(16)과 집에 갇힌 채 폭행 당하며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에 거주 중인 카리모바의 아들 이슬람 카리모프 주니어는 “지난 3월 이후 카리모바에 대한 아무런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그러나 카리모바에 대한 여론은 좋지 않다. 카리모바는 지난 3월 스위스 당국의 돈세탁 조사 대상에 올랐다. 우즈벡에 진출하려던 스웨덴 통신사에게 뇌물을 요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위키리크스는 카리모바를 “우즈벡 국민들이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카리모바는 아버지 카리모프 대통령의 권력과 자금을 등에 업고 사업가, 보석 디자이너, 팝스타, 영화 제작자 등으로 활동했다. 가디언은 카리모바가 최근 아버지의 권력을 승계받을 인물로 어설프게 자리매김하려다 우즈벡 내부에 많은 정적들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