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의 요양원에 11일 한 남성이 들어와, 병상에 있던 58세 여성을 권총으로 쏴 숨지게 했다. 이 여성은 심장질환으로 식물인간이 돼 5년째 요양원에 머물고 있었다. 범인은 총격을 가한 뒤 요양원 안뜰에서 고개를 떨군 채 앉아서 검거를 기다렸다.
체포된 남성은 부근에 사는 랜스 홀거 앤더슨(60)이었다. 여동생을 사살하기 전 앤더슨은 먼저 집에서 치매를 앓고 있던 아내를 총으로 쏴 숨지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LA타임스에 따르면 앤더슨은 2주 전 친하게 지내던 이웃 주민들에게 미리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냈다. 그는 카드에 “우리 가족은 올 성탄절은 함께 보내지 못할 것 같다”고 적었다. 경찰은 질병에 시달리는 아내와 여동생의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미리 계획해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앤더슨은 아내와 누이의 상태를 잘 알고 있었고, 그들에게 애정을 쏟아왔다. 이웃들은 “앤더슨은 아내를 깨지기 쉬운 보석인 양 소중히 대했다”고 전했다.
그를 체포한 경찰은 “앤더슨의 시각에서 보면 ‘자비로운 살인(mercy killing)’을 저지른 것”이라고 말했다. ‘자비로운 살인’은 대상자의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살인을 하는 것을 가리킨다. 하지만 목적이 무엇이든 살인은 명백한 범죄이며, 경찰은 “타인의 고통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도 살인은 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자비 살인은 ‘비자발적 안락사’라고도 불리지만, 이것이 허용되는 나라는 없다. 현재 세계에서 네덜란드에서만 검사와 의사의 허가 아래 이뤄지는 유아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다.
2004년 영국에선 희귀 유전병을 앓는 10살 아들을 질식사시킨 앤드루 래그가 기소된 일이 있다. 당시 영국의 일부 시민단체들은 중증환자 가족들을 위한 대책을 요구했으나 래그는 유죄판결을 받았다. 앤더슨 사건으로 미국에서도 자비 살인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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