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부인들과 투투 대주교·찰스 왕세자 마지막 길 지켜
ㆍ손녀딸 “더 나은 세상을 꿈꾼 모든 사람의 종이었다”
“당신은 우리 마음속에서 영원히 살아 숨쉴 것입니다.”
인종 장벽을 무너뜨리고 평화를 꿈꿨던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15일 공식 장례식을 끝으로 영면에 들었다.
전날 군 수송기 편으로 고향 이스턴케이프주 쿠누에 도착한 만델라의 시신은 이날 오전 8시 장례식 1부 가족 행사를 마친 뒤 군 포차에 실려 2부 행사가 열릴 돔 모양의 대형 천막으로 향했다. 남아공 군 의장대가 만델라의 관을 이끌었고, 주위엔 군인들이 도열했다.
포차에서 관을 인계받은 군인 8명은 4500명을 수용하는 대형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제이컵 주마 남아공 대통령도 관 뒤를 따랐다.
장례식장 안에는 만델라의 임종을 함께한 두 번째 부인 위니 마디키젤라-만델라, 세 번째 부인 그라사 마셸이 있었다. ‘초청장 논란’ 끝에 참석을 결정한 데스먼드 투투 남아공 성공회 대주교의 모습도 눈에 띄었고, 영국 찰스 왕세자, 미국 인권운동가 제시 잭슨 목사 등 해외 인사들도 만델라가 가는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 연단 뒤편엔 웃고 있는 만델라 초상을 그린 배경막이 걸렸고, 그 앞에는 만델라가 이승에서 산 햇수를 상징하는 촛불 95개가 밝게 빛났다.
장례식은 비교적 차분하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검은 옷차림의 추모객들, 만델라를 추모하는 기도와 찬송가가 계속 장내를 채웠다. 춤과 음악, 환호가 끊이지 않던 축제 분위기 속의 추모 기간과는 사뭇 달랐다. 그러나 기독교 형식과 아프리카 전통 양식이 한데 어우러진 장례식에서도 깊은 슬픔을 드러내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다.
추모사가 끝날 때마다 터져나온 박수, 추모사 중간마다 흐르던 노래들은 장례식보다는 여느 시상식을 떠올리게 했다.
지난 10일 요하네스버그에서 거행된 공식 추도식보다는 적은 사람들이 모였지만, 그만큼 만델라와 관계가 가까웠던 사람들과 아프리카 각국 정상들의 목소리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추도식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안내했던 만델라의 동지 아메드 카트라다는 직접 추모사를 낭독했다. 만델라의 수감 생활 중 26년을 함께 보냈던 카트라다는 “만델라를 떠나보낸 내 삶을 누구로 채워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만델라의 손녀 난디 만델라도 추모객들 앞에 섰다. 그는 “할아버지는 가족들과 자녀들을 진심으로 돌봤다”며 “평생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사는 세상을 꿈꿨던, 모든 사람들의 종이었다”고 말했다. 남아프리카개발공동체(SADC) 의장인 조이스 반다 말라위 대통령은 “만델라를 잃은 것은 남아프리카의 상실만이 아니다”라며 “만델라는 아프리카 전체의 자유를 위해 싸웠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만델라의 시신은 포차에 옮겨진 뒤 장례식장 근처 만델라 가족묘지로 옮겨졌다.
가족들과 대통령, 코사족 지도자 등 일부에게만 공개된 매장식에서 만델라는 비로소 선친 곁에 누웠다. 열흘에 걸친 공식 추모 기간과 함께 평화와 화해의 상징이던 만델라의 한 세기가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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