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의무 수입 폐지됐는데도 “협상 손해 우려” 저자세
ㆍ농민 “쌀값 폭락 부채질”

정부가 밥쌀용 쌀 1만t 수입에 나서 농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쌀 관세화로 밥쌀용 쌀 의무수입 조항이 없어졌는데도 정부가 밥쌀용 쌀을 수입해 쌀값 하락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정부는 쌀 관세율 협상과 국제 규정을 들어 밥쌀용 쌀 수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농민들은 정부의 저자세를 비판하고 있다.

지난 8일 한국농수산유통공사(aT)는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오는 9~10월 수입하는 밥쌀용 멥쌀 1만t 구매 입찰을 공고했다. 올해 쌀 관세화를 시작하며 ‘의무수입물량(MMA)의 30%(약 12만t)를 밥쌀용 쌀로 수입해야 한다’는 규정이 폐지됐는데도 정부가 밥쌀용 쌀을 수입하겠다고 한 것이다. 정부는 “급식업체 등 기존 수입쌀 수요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농민들은 지난해 풍작으로 폭락한 쌀값을 더욱 낮추는 처사라며 반발했다. 



20일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밥쌀용 쌀 수입은 현재 진행 중인 쌀 관세율 이의제기 협상과도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중국, 미국 등 주요 쌀 수입국은 한국이 정한 수입쌀 관세율 513%가 높다며 이의를 제기했고, 한국은 이들 수입국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정부는 “쌀 관세율을 지켜내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해까지 의무적으로 수입하던 밥쌀용 쌀 수입을 중단하면 협상 상대국들이 이를 문제삼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상대국들이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중 외국산을 국내산과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내국민 대우’ 규정을 들어 밥쌀용 쌀 수입을 문제삼으면, 관세율이 감소하거나 다른 통상 협상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농업·통상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이유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은 “관세율 협상은 쌀 수입 등 다른 카드가 아니라 관세율 산정 근거를 들어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상 전문가 송기호 변호사는 “513%라는 관세율을 지킨다는 명분 아래 쌀값 안정이라는 명분이 지켜지지 않을 수 있다”며 “정부는 관세율 협상 관련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을 비롯한 농민들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정부의 밥쌀용 쌀 수입 결정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