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유가, 6월보다 30% 하락
ㆍ오만·바레인 등 작은 나라 정부 예산 감축 검토할 판
전 세계 석유 가격을 쥐락펴락했던 중동 산유국들이 유가 하락의 충격파 속에 흔들리고 있다. 유가가 지난 6월보다 약 30%나 떨어지는 등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일부 산유국들은 국가 예산을 줄여야 할 형편에 몰리고 있다. 서방의 경제제재까지 겹친 이란은 석유 감산을 통해 유가를 끌어올리려고 하지만 각국의 여건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저유가 흐름이 바뀔지 불투명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25일 중동 산유국들이 유가 하락세에 정부 예산 감축까지 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유가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바레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은 재정적자에 직면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들 국가는 석유 수출 외에는 별다른 산업이나 수입원이 없다. 국영 회사가 벌어들인 석유 수입으로 시민들에게 식량, 인프라 등을 저렴하게 공급해왔다. 저유가가 계속되면 정부의 수입은 줄고, 주민들에게 베풀었던 ‘시혜’도 줄여야 할 판이다. 오만, 바레인 등 소국의 경우 주민들에게 줄어드는 혜택이 ‘제2의 아랍의 봄’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지적했다.
최근 유가 하락세는 뚜렷하다. 영국 런던국제석유거래소(ICE)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25일 배럴당 78.33달러에 거래됐다. 지난 6월 115.06달러보다 32% 하락한 가격이다. 이처럼 유가가 떨어지는 것은 채굴 기술이 발전해 산유국들의 석유 생산량이 늘어난 반면 세계 2위의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경제 침체로 수요량이 줄어든 탓이다. 게다가 최대 산유국 사우디는 감산과 유가 상승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저유가 기조를 유지할 만큼 충분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어 타격이 적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유가가 오르면 셰일가스에 경쟁력에서 밀리게 될까 우려하고 있다. 카타르, 쿠웨이트 등 산유량이 많은 나라들의 경우도 예비자금이 충분해 저유가에 따른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반면 서방의 제재로 원유 수출량이 제한된 이란은 어려운 상황이다. 유가가 높아야 더 많은 수입을 얻을 수 있지만 유가가 오를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유가 문제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독일과 벌이고 있는 핵협상에서 압박카드로 작용할 가능성마저 거론된다.
비잔 남다르 장가네 이란 석유장관은 26일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각료회의 참석차 오스트리아 빈을 찾아 “모든 전문가들은 이미 시장에 초과공급이 있다고 보고 있으며, 이는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라면서 간접적으로 원유 감산을 촉구했다. 이란처럼 유가 상승을 원하는 베네수엘라, 러시아, 멕시코 석유 담당 각료들도 25일 빈을 찾았다. 이들은 이날 사우디 각료와 만나 감산 합의를 촉구했다. 그러나 27일 열리는 각료회의 전까지 감산 여부는 아직 예측할 수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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