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예정된 절차대로라면 사흘 뒤엔 아프가니스탄의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해야 하지만, 아프간의 새 대통령을 알게 될 날은 미뤄졌다. 지난 6월 치러졌던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가 17일부터 재검표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잠정 개표 결과에서 100만표 이상 앞선 아슈라프 가니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보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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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9년생 아슈라프 가니는 대학교육부터 해외에서 받은 엘리트다. 레바논 베이루트에 있는 아메리칸대(American Univ.) 에서 1973년 학위를 받았다. 1977년 아프간으로 돌아와서는 카불대에서 아프간학, 인류학을 가르쳤다. 그러다 국비장학생으로 1977년부터 미국 유학길에 오른다. 그야말로 엘리트 코스를 밟은 엘리트다.


 1978년 아프간에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서면서 엘리트 집안의 가니 가족들은 정부에 붙잡혀 감옥에 가고, 가니는 2002년까지 아프간에 돌아오지 못하게 된다. 25년간 미국에 머무르면서 이룬 가니의 경력들은 대단하다. 컬럼비아대에서 문화인류학 박사를 받은 뒤, 1983년엔 UC버클리에서, 1983~1991엔 존스홉킨스대에서 강의를 한다. 그가 주로 가르쳤던 과목은 국가 건설, 사회 개혁이라고. 그리고 1991년부터는 세계은행에서 일한다. 동아시아, 남아시아에서 사회 변화와 사회 개혁이 어떻게 적용되는 지를 연구했다고. 중국, 인도, 러시아에서 개발 프로젝트, 연구 개혁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고 한다. 걸프전 당시에는 관련 코멘트를 해준 '미국 내 중동전문가'로도 활약했다. 아프간에 방영되는 BBC 파슈툰어 방송에도 자주 나왔다고.


 2001년 아프간 전쟁이 시작된 뒤에는 아예 '아프간 전문가'로 미국 방송에 자주 출연했다. 결국 2002년 11월에 유엔 특사로 임명됐다. 


 아프간에 과도 정부가 세워지기 전인 2001년 12월 고국에 돌아왔다. 아프간 새 헌법 제정에도 조언했다고 한다. 2002년 6월부터 재무장관을 맡았고, 2004년 하미드 카르자이가 공식 대통령이 됐을 때 내각에서 사임, 카불대 총장이 된다. 세계은행에서의 연구 경험을 살려 2005년엔 '국가 효율 연구재단'을 세웠다. 2005년엔 '어떻게 아프간 같은 나라를 재건하는가'라는 주제로 TED 강연도 했다고. 2006년쯤엔 코피 아난을 이을 유엔 사무총장 후보로도 거론됐다. (지금 반기문 총장의 자리) 2013년엔 포린폴리시와 프로스펙트지가 온라인 여론조사로 선정한 '세계 100대 지성'에 2위에 올랐다. (1위는 리처드 도킨스)


 그러나 2009년 대선에 나섰을 때는 패배. 그것도 4위로. 지지율이 5%도 못미쳤다고 한다. 세계적인 인사였지만 아프간 내에서는 '압둘라 압둘라'보다는 못했다고. 압둘라 압둘라는 1990년대 북부 동맹 소속으로, 탈레반과 싸울 때도 핵심 간부 역할을 했다고 한다. 2009년 대선에서도 카르자이에게 물먹은 압둘라는, 이번 대선에서도 승리가 예상됐다. 그러나 1차 투표에서 1위였던 압둘라는 결선 투표에서 가니에게 밀린다.


 투표 후부터 가니가 승리했다는 소식이 돌았고, 압둘라는 부정선거를 주장했다. 아프간 선관위 사무총장이 부정선거를 종용하는 듯 말한 녹취록까지 공개했다. 선관위 사무총장은 사임했지만, 결국 잠정 결과에도 가니가 이기는 것으로 나오자,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아프간을 방문해 7월 12일 재검표를 성사시켰다. 이후, 권력 분립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는 얘기가 나왔다. 가니가 대통령, 압둘라가 총리를 하는 것으로 합의가 됐다는 내용이다.


# 위에 아슈라프 가니의 2005년 TED 동영상에 대해 언급했다. 18분짜리 영상인데, 가니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이라도 더 알 수 있지 않을까. [영상보기] (한글로 번역된 자막이 생각보다는 구리지 않다)





대략 내용을 보고 느낀 점은.


- 학자 출신 답게 참 맞는 말만 한다. 

= 아프간 상황은 민주주의 이론 상황과는 맞지 않으며, 어떻게든 거버넌스가 건강히 움직이도록 부패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등등. 사람을 더 키워야 한다.

= 이 말을, 대통령이 된 이후에 실현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미국의 압력에서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펼 수 있을지도 아직은 의문스럽고.


- 인상적인 내용은

= 국가 기능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평가 지표로 설명할 수 있다 (9년이 지난 지금 이런 지표들이 많이 있는 것도 같지만) 원조가 큰 기능을 못한다는 것(이제는 일방적 원조의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지만 당시엔 많이 언급되진 않았을 것) 또, 아프간 사람들이 라디오를 열심히 듣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이유가, 국제 정세가 그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가니가 모든 주민들을 다 둘러봤을지는 의문이긴 하지만)


- 그리고, 생각보다 목소리 좀 깬다. 수염도 있는 게 나은 듯. 가니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 아프간 국민들에게 친근하게 보여야겠다며 수염을 길렀다고 한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