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호찌민시에서 반중 시위에 나선 참가자들이 팻말을 들고 있다. 호찌민_로이터연합뉴스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으로 촉발된 베트남 내 반중국 시위는 사회주의 국가 베트남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다. 베트남은 그동안 시위를 엄격히 통제해왔기 때문이다. 이번 반중 시위는 베트남 정부가 방조한 측면이 있지만 이를 계기로 그동안 억눌려온 노동자들의 불만이 수면 위로 터져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당국은 지난 13~14일 호찌민 인근 빈즈엉성에서 시위를 일으킨 혐의로 600여명을 체포하는 등 일단 사태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17~18일 예고된 주요 도시에서의 반중 시위도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베트남에 투자한 해외 기업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홍콩 의류 생산·수출업자 대표인 윌리 린은 “이 혼란이 이어지면 베트남 수출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일회성으로 끝났으면 좋겠다”고 AP통신에 말했다.
하지만 이번 반중 시위 뒤에는 노동자들의 불만도 뒤섞여 있다. 시위가 일어난 공장 지역들에 근무한 노동자 수천명은 낮은 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에 불만을 품어왔다. 시골에서 돈을 벌기 위해 올라와 공장에 취직하지만 고용이 불안정한 일용직인 경우도 많다. 문제는 노동자들이 불만과 의견을 개진할 곳이 없다는 점이다. 베트남의 유일한 전국단위 노조인 베트남노동총연맹도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지 못하는 관영 단체일 뿐이다.
또한 그동안 노동자 시위는 엄격히 통제돼왔다.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사회주의 체제가 무너질 것이고, 사회 혼란으로 해외 기업들이 투자를 망설일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중국에 비해 임금이 낮기도 하지만 베트남이 해외 투자자들의 눈길을 끈 것은 혼란을 통제하는 사회주의 체제였다. 부이 꽝 빙 베트남 기획투자부 장관은 “20년간 투자자들에게 쌓아온 이미지가 훼손됐다”고 의회에 출석해 말했다.
그런 베트남 당국이 이번에는 노동자들의 반중 감정 표출을 사실상 방조했다. 빈즈엉성과 하띤성 당국은 시위 격화를 우려하면서도 “중국의 불법행위에 대한 노동자들의 애국심 표현은 존중한다”고 현지 언론들에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그동안 쌓였던 노동자들의 분노가 반중 시위로 기업들에 표출된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시위로 피해를 본 한국 업체는 80여개로 추산되며, 통신기기를 뺏긴 공장도 있어 추가 피해신고가 들어올 수도 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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