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반중국 시위… 한국기업까지 공격

14일 베트남 빈즈엉성에서 반중 시위로 화재가 발생해 검은 연기가 거리를 메우고 있다. 빈즈엉_AP연합뉴스

ㆍ반외국 시위로 확산 가능성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 뒤 베트남에서 반중 시위가 거세게 일면서, 한국을 비롯한 외국계 기업들로 불똥이 튀고 있다. 

베트남 시위대가 중국 공장에 불을 지르는 등 과격 시위가 발생하면서 통제가 철저한 베트남에서 몇 년 만에 최악의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AP, AFP통신 등이 14일 보도했다. 남부 호찌민시 부근의 빈즈엉성에서는 전날 중국 투자업체 파이스턴 어패럴 노동자 5000여명이 반중 시위를 벌였고 싱가포르가 운영하는 공업단지 등에서도 2만명이 시위에 참가했다.

베트남 정부는 평소 시위를 엄격히 통제하지만, 최근 중국과의 갈등이 불거진 뒤에는 반중 시위를 용인해왔다. 하지만 반중 시위는 통제를 벗어나 중국 기업들이 밀집한 호찌민 주변 산업단지 노동자들의 격렬한 폭동으로 변하는 분위기다. 

미국 CNN방송은 “노동자들이 한국과 일본, 싱가포르, 대만 등의 기업 공장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소한 15개 외국 투자기업 공장들이 불에 타는 등 수백개 외국 업체들이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된다. 자칫 대규모 반외국 시위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홍콩시티대학의 조너선 런던 교수는 AFP에 “특히 베트남처럼 제도적으로 억압된 나라에서 민족주의 열풍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일부 공장에서는 약탈도 일어났다. 빈즈엉 경찰은 500여명을 약탈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주베트남 한국대사관과 주호찌민 총영사관은 “빈즈엉성에서 시작된 시위가 인근 동나이성까지 확산되면서 한국 기업 약 50곳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교민 김모씨가 시위대를 피하려다 2층에서 떨어져 다치기도 했다. 한국계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반중 시위에 합류하는 과정에서 시위대가 한국 기업을 중국 기업으로 착각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빈즈엉성을 비롯해 호찌민 주변에는 한국 기업 1500개가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총영사관은 한인단체와 합동대책회의를 열었다. 오재학 총영사는 한인회에 “태극기를 게양해 중국 업체로 오인되는 상황을 피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