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도시 속 마을 만들기’ 왜
인구 1000만명인 대도시 서울에도 ‘마을’이 살아 숨쉴 수 있을까. 세계의 대도시들은 모두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그나마 사무실과 공장이 가득했던 도심도 대개 수십년 사이에 산업구조가 변하면서 쇠퇴의 길을 걷고 있으며 ‘도시재생’은 세계의 화두가 됐다. 특히 쇠락해가는 곳들은 물리적 환경이 열악한 데다 이주자들이 들어와 자리 잡은 곳이 많다.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린 이런 지역은 더 오랫동안 뒤떨어진 채 남아 있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영국에서 이민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던 1990년대에 ‘커뮤니티 뉴딜’이라 불리는 마을재생 움직임이 일어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커뮤니티 뉴딜 사업은 주거문제뿐 아니라 주민교육과 직업훈련을 해결할 방안을 제시한 지역 단체에 보조금을 주는 것이다. 여기에는 적극적으로 주민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주민참여 없이 이윤을 좇아 이뤄지는 재개발은 오히려 원주민을 몰아내고 지역 격차만 키운다는 것은 한국의 재개발사업들이 남긴 교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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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는 1998년부터 2011년까지 전국 39곳에 20억파운드(약 3조5000억원)를 쏟아부었다. 정부 지원을 받은 시민 자치단체들은 범죄를 줄이고 뒤처진 학교교육을 바꾸려 애썼으며 주민이 원하는 것을 찾아냈다.
예를 들어 런던에는 평생학습관과 비슷한 ‘아이디어 스토어’가 시장이나 쇼핑센터에 붙어 있다. 저소득층과 이민자들이 쇼핑지와 연계된 장소를 원했기 때문이다.
일본도 1970년대 오일쇼크로 정부나 민간기업 주도의 부동산 개발이 타격을 받은 뒤 마을 살리기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특히 외부 자본이 주도한 개발에는 주민들이 원하는 환경보전이나 지역복지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는 점도 이런 움직임에 한몫했다. 당시 시작된 ‘마치즈쿠리(마을만들기)’는 지역의 생활환경 파괴에 대한 반발의 형태를 띠었다. 환경을 되살리고 역사적 경관을 보전하거나 일조권 등 주거환경 권리를 찾는 운동이 된 것이다.
오이타(大分)현의 유후인(由布院)은 주변에 철강·석유화학단지가 들어서면서 농업의 쇠퇴를 겪었다. 주민들은 개발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던 온천을 수익원으로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다른 온천 도시들이 대기업을 끌어들여 리조트 짓기에 매달린 것과 달리 주민들의 삶을 지키고 주민들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개발을 관리했다. 지역에서 기른 식재료로 식당을 꾸리고 온천 여관에 딸린 매장에서 농민들이 만든 잼과 과자를 판다. 마을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만이 생각해낼 수 있는 방법으로, 이곳 주민들은 유후인을 일본의 대표적인 휴양지로 탈바꿈시켰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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