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5) 자전거 천국 네덜란드 하우턴
▲ 도시 확장 막기 위해 역 중심으로 자전거도로
외곽에 차전용도로 설계
아이들 맘껏 골목 누벼도 시내 교통사고 거의 없어
지난 1월15일, 네덜란드의 소도시 하우턴역에 도착했다. 인구 5만명이 사는 이 도시는 암스테르담에서 기차를 타고 남쪽으로 40분 남짓 가면 나온다. 아침부터 비가 제법 내렸지만 조용하고 아담한 거리에는 일과를 시작한 주민들과 학교 가는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갔다.
2층 플랫폼에서 1층으로 내려가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중앙개찰구가 자전거 수백대에 ‘포위’돼 있었다. 출입문이 열리자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줄지어 들어왔다. 운전자들은 능숙하게 빈자리에 자전거를 대고 플랫폼으로 올라갔다. 자전거를 탄 채 기차역에 들어와 1~2분 내 열차로 환승하는 시스템은 세계에서 하우턴역밖에 없다고 했다.
하우턴은 자전거 천국 네덜란드에서도 ‘꿈의 자전거 마을’이다. 나비가 날개를 펼친 모양의 이 도시는 네덜란드의 대표 ‘피스타드’(Fietsstad·자전거 도시)다.
하우턴의 도로를 체험해보기 위해 자전거를 빌려 타고 시내로 나갔다. 역 주변에 상점들이 있고, 역에서 동서로 뻗은 큰 자전거 도로 옆에 시청과 초등학교가 있다. 붉은 바닥이 깔린 길을 따라 달리니, 나무가 빼곡한 골목 여기저기 주택들이 보였다. 바닥에는 방지턱이나 꼬마 언덕이 울퉁불퉁 계속된다. 속도를 낮추기 위한 장치다. 하우턴에서 차와 자전거는 시속 30㎞를 넘을 수 없다. 외곽으로 나가자 도시를 에워싼 자동차전용도로(링로드)가 나왔다. 그 아래 굴다리 밑으로 난 자전거길은 대도시 위트레흐트까지 이어져 있다. 아이들은 이 길을 따라 20분 거리에 있는 위트레흐트의 고등학교에 다니고, 직장인들은 위트레흐트대학에 있는 직장으로 향한다.
1970년대 초 하우턴은 3000명이 사는 소도시였다. 정부는 이곳을 10만명 규모의 베드타운으로 만들려고 했지만 옛 도심을 지키고 싶었던 주민들이 반발했다. 논의 끝에 인구는 3만명까지만 늘리기로 했다. 단 새 도시는 자동차보다 자전거가 다니기 편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하우턴역을 짓고, 역을 중심으로 자전거도로를 만들었다. 이 길가에 학교와 상점 등을 배치했다. 마을 안에서의 이동은 자전거만 있으면 충분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여러 갈래로 뻗어나간 골목에 집들을 짓고, 도시가 더 커지지 않게 링로드를 둘렀다. 자동차로 도시를 가로지를 수 없기 때문에 차를 타고 이동하려면 일단 링로드로 나갔다가 다시 샛길로 들어가야 한다. 자전거로는 어디든 8~9분이면 갈 수 있는 작은 도시에서 차를 타면 갈 길은 복잡해진다.
1990년대 도시를 확장할 때에도 설계의 기본은 유지됐다. 링로드 경계를 허물지 않고 쌍둥이 마을을 하나 더 붙였다. 카스텔룸 하우턴역을 내고 중앙 자전거도로를 만들었다. 이번에는 일직선이 아닌 5각형 도로를 제방처럼 쌓았다. 공공시설은 역시 자전거길 중심으로 배치했고, 경계에 링로드를 만들었다. 나비 모양의 하우턴은 이렇게 해서 만들어졌다.
이 도시 안에서는 차를 타면 몹시 불편하다. 자전거에서 내려, 하우턴역에서 카스텔룸까지 차를 타고 가봤다. 도심을 못 지나니 하우턴 중앙 자전거길 부근 좁은 차로를 지나 링로드로 나갔다. 반대편 날개의 링로드로 이동해 카스텔룸역과 닿아 있는 좁은 차로로 들어갔는데, 곳곳이 막다른 길이었다. 자전거도로와 일방통행로가 많아 10여분을 헤맸다. 하우턴에서는 차량용 표지판을 찾기 힘들다.
그 대신에 주민들은 안전과 자유를 얻었다. 아이들은 마음껏 골목을 돌아다니고 자전거를 탄다. 유치원생들도 부모 없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지만 시내 교통사고는 거의 없다. 10년 전 시내버스도 아예 사라졌다. 도시 안에서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것 외에 다른 교통수단은 필요 없기 때문이다.
< 하우턴(네덜란드) |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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