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에서 주로 출입하는 정부 부처는 '농림축산식품부'입니다. 공식 약칭은 '농식품부' 입니다만 '농림부'라고 부르지 않으면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도 많더군요.
출입한지 만 한 달이 넘었습니다. 아무래도 그 동안 가장 많이 체크한 이슈, 현재까지 굴러간 이슈는 'AI'와 '구제역'이 아닐까 싶네요. 저도 부처에 출입하면서 두 질병에 대해서 많이 배우게 됐는데요. 배운 걸 기록해두는 차원에서, 아는만큼 풀어놓을까 합니다.
* AI와 구제역, 이름의 뜻은?
- AI는 우리말로 '조류인플루엔자'입니다. 영문표기인 'Avian Influenza'의 약자구요. 영화 <A.I.>의 뜻은 'Artificial Intelligence'입니다. (당연하게도...) 영문 위키피디아에서 'AI'를 검색하신다면 영화 A.I.를 비롯한 다양한 항목들이 목록에 뜹니다. 그런데 조류인플루엔자는 안뜹니다.(;)
- 구제역은 영어로 풀어쓰면 'Foot-and-mouth Disease'입니다. 한자로는 '口蹄疫'이라 씁니다. '입 구'자에 '굽 제', '역병 역'자를 씁니다. 발굽이 갈린 동물에게만 전염되는 병이라는 뜻입니다. 발굽이 두개로 갈리지 않은 말은 걸리지 않지만, 발굽이 두 개로 갈린 소와 돼지는 구제역에 걸립니다.
* 그렇다면, 구제역은 왜 발굽이 갈린 동물들에게만 걸리나?
- 밝혀진 바 없습니다. 소나 돼지 등에 같은 바이러스가 검출됐기에 발굽 갈린 동물들에 전염됐다는 게 확인됐을 뿐입니다. 농식품부 관계자께 "그럼 구제역이 왜 발굽 갈린 동물들에게만 전염되는지 확인되면 노벨생리의학상타나요?" 라고 물었습니다. 관계자 왈 "그럴 수도 있다"고...
* AI와 구제역은 얼마나 위험한 질병인가.
- 구제역은 국제수역사무국(OIE)과 세계동물보건기구가 '가축 전염병 가운데 가장 위험한 A급 바이러스'로 지정한 가축 질병입니다. 특별한 치료법도 현재로선 없어서, 구제역에 걸린 소나 돼지는 살처분해야 합니다.
- AI도 특별한 치료법이 없으며, 구제역처럼 전염성도 높습니다. 게다가 AI는 구제역과 달리 사람이 감염돼 숨진 사례까지 있습니다.
- 단, 현재 한국에서 유행중인 'H5N8'형 AI는 아직 인체 감염 사례는 없습니다. AI도 여러 종류로 나뉘는데,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사람을 숨지게 한 AI 바이러스와 현재 국내 전염 바이러스는 다른 종류인 것이죠.
- 다만, 감염된 동물들을 죽여야 한다는 점은 농가에게 큰 피해입니다. 농가는 가축이 곧 자산인데, 전염되면 자산을 그대로 잃는 셈이 되는 거죠. 그나마 지금은 선별적 살처분을 하고 있습니다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AI나 구제역에 걸렸다는 이유로 그 농장에 있는 가축이 산 채로 매장당해야 했습니다. 이는 동물복지 차원에도 위배되는 터라 비판이 많았습니다. 현재는 백신 접종이 늘어났고 감염 규모도 크지 않아 구태여 동물을 수십~수백마리 살처분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 어떤 경로로 전염되나.
- 사람, 동물, 차량... 모두 전염 매개체가 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차량을 통한 감염이 제일 많다고 하네요. 같은 도축장을 사용하는 다른 농가 간 전염이 문제라고 합니다. AI/구제역 바이러스에 걸린 동물이 도축장에 바이러스를 옮기고, 그 바이러스는 도축장에 도착한 다른 농가 차량에 옮아가고, 바이러스가 다른 동물들에게 다시 옮기는 상황이 반복된다는 것이죠.
- AI는 야생조류가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입니다. 구제역은 백신을 접종해 항체가 생긴 소나 돼지도 바이러스를 다른 동물에게 옮길 수 있다는 군요.
- 2월 6일 AI 확진 사실이 밝혀진 '서울 중랑천 야생조류 배설물' 사례를 보면 전염에 대한 심각성을 더 크게 느낄 수 있죠. [관련기사]
- 물론 야생조류가 가금류 농장을 다니며 배설물과 분비물을 배출하는 것은 아닙니다. 야생조류가 직접 AI를 '살포'하는 건 아니죠. H5N8에 인체가 감염된 사례도 아직은 없습니다.
- 하지만 사람이 AI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 또 사람이 AI감염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점은 큰 문제입니다.
* 설 연휴가 왜 문제인가.
- AI/구제역이 사람이나 차량의 이동을 통해 감염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죠. 설이 되면 귀성,귀경 행렬로 차량 이동이 잦아질 것이구요. AI/구제역이 더 넓은 지역에 걸쳐 전염될 가능성이 늘어나게 됩니다.[관련기사]
- 서울 중랑천변에 있는 시민이 AI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합시다. 그리고 그 분이 현재 AI 감염 사례가 없는 경남의 한 가금류 농가가 고향이라고 한다면, AI는 이 과정을 통해 경남까지 전염될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가정입니다.)
* AI와 구제역은 언제쯤 전염이 끝난다고 할 수 있는가.
- 잠복기간 등을 감안, 2~3주 정도 추가 발견 사례가 없어야 현 상황이 '끝났다'고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더 궁금한 점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저도 처음에 쓰려고 마음먹었던 부분 중 일부를 쓰다가 잊어버린 듯(-_-)합니다. 미처 몰랐던 정보를 첨언해주시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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