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요하네스버그 자택 앞서 춤·노래
ㆍ시민들 삶 기리며 슬픔보다 축하
넬슨 만델라 남아프리카공화국 전 대통령의 타계 소식이 전해진 5일 밤(현지시간) 요하네스버그에 있는 만델라 자택 앞에는 세계에서 온 취재진과 주민들이 몰려들었다. 제이컵 주마 남아공 대통령(71)이 TV 방송을 통해 만델라 타계 발표를 마치자마자, 집 앞에 모인 추모객들 사이에서는 남아공 국가인 ‘은코시 시켈렐 이아프리카(신이여, 아프리카를 축복하소서)’ 1절이 흘러나왔다. 국민들의 큰 사랑을 받은 지도자가 세상을 떴지만 그가 숨을 거둔 자택 주변은 오히려 소란스러워졌다. 인종과 나이를 불문하고, 심지어는 잠옷차림에 담요를 두른 사람들까지 수백명이 합세했다. 밤새도록 “만델라 만세” “마디바(만델라의 애칭)여 영원하라” 등의 구호가 들리더니 아파르트헤이트(남아공의 인종분리정책) 반대 노래까지 울려퍼져 추모 행사는 ‘축제’의 마당이 됐다.
만델라가 1960년대부터 살았던 소웨토의 옛집 앞에 모인 시민들도 만델라의 죽음을 슬퍼하기보다 그의 삶을 기념하고 축하했다. 만델라는 28년 복역을 마친 뒤 이 집에 살면서 인종차별 철폐 운동에 앞장서왔다. “슬퍼할 이유가 없다. 우리는 (만델라의 삶을) 축하하고 있다”고 말한 추모객들은 “12월 한 달 내내 그의 삶을 기리며 축하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만델라가 없어 이 나라의 인종 차별이 시작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는 슬픔과 걱정의 목소리도 들렸지만, 언론 보도를 통해 전해진 모습은 박수 치며 뛰어 돌아다니며 노래하는 사람들이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응원도구로 화제를 모은 부부젤라까지 등장했다. 오랫동안 투병을 해왔고 지난 6월 한 차례 위독한 고비를 넘긴 까닭에 만델라를 떠나보낼 마음의 준비를 해온 국민들은 만델라가 영원한 휴식에 들어가게 되자 안도와 함께 ‘축하’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양한 인종과 연령대의 추모객들도 축제 분위기를 돋웠다. 흑인, 백인, 인도계 등 다양한 인종의 추모객들이 한데 어울리자 “만델라가 생전에 꿈꿨던 ‘무지개 나라’가 나타난 듯했다”고 AP통신은 6일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백인 직장동료와 함께 있던 흑인 추모객은 “가난하든 부유하든, 인종이 어떻든, 우리에게 모두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만델라를 존경한다”고 말했다.
만델라가 이끌었던 집권 아프리카민족회의(ANC)는 사무총장 명의로 “큰 바오바브나무가 쓰러졌지만 그 뿌리는 남아 이 땅을 계속 비옥하게 만들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넬슨 만델라 재단, 넬슨 만델라 아동 기금, 만델라-로즈 재단도 “인류를 향한 그의 삶과 리더십, 헌신에 감사하다”는 공동성명을 인터넷에 올렸다. 이 성명 뒤엔 만델라에게 보내는 작별인사 한 줄이 더 붙었다.
“함바 칼레 마디바(잘 가요, 마디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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