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델라가 1993년 12월 프레데릭 데클레르크 남아공 전대통령(오른쪽)과 함께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고 있다. 백인정권의 마지막 대통령이던 데클레르크는 만델라를 석방하고 선거를 치른 뒤 대통령이 된 만델라 밑에서 부통령을 지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넬슨 만델라 남아프리카공화국 전 대통령의 타계 소식을 들은 세계 각국에서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5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만델라는 정의로운 거인이었고 우리에게 감화를 주는 소박한 사람이었다”면서 “인류의 존엄과 평등, 자유를 위한 그의 투쟁은 전세계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었다”고 말했다. 이어 “신념을 갖고, 꿈을 꾸며 정의와 인류애를 지향한다면 세계와 사람 한 명 한 명이 얼마나 바뀔 수 있는지 보여줬다”면서 “그의 도덕적 힘은 남아공의 흑백분리 정책을 무너뜨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유엔을 대표해 만델라 가족과 남아공 국민, 그리고 지구촌 사람들 모두에게 애도를 표한다”면서 “만델라의 삶이 남긴 모범을 따라 더 정의롭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자”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는 오늘 지구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용기 있으며 매우 선한 인물 한 명을 잃었다”며 “만델라는 인간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것 이상의 성취를 이뤄냈다”라고 애도했다. 오바마는 “만델라라는 사표가 없었던 내 인생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다”며 “내가 살아있는 한 그로부터 배울 수 있는 모든 것을 배우겠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이 시대의 위대한 빛이 졌다”고 애도했다. 캐머런은 만델라 타계 소식이 전해진 직후 총리관저 앞에 나와 발표한 긴급성명을 통해 “만델라는 우리 시대의 위인이자 신화였고 세계의 진정한 영웅이었다”라며 “그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내 인생의 큰 영예 중 하나였다”고 떠올렸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이 위대한 지도자는 사회 정의와 평화를 위해 싸우는 모든 사람들이 나아갈 길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오랜 수감 생활도 더 나은 남아공을 만들기 위한 만델라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며 “만델라의 빛나는 정치적 유산은 영원히 사람들에게 남을 것이다”고 말했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도 “인류는 평화, 자유, 평등을 위해 지치지 않고 싸웠던 전사를 잃었다”고 전했다.

만델라와 동시대를 살았던 정치인들도 추모 행렬에 동참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인간 존엄과 자유의 대변자가 타계했다”고 애도했다. 클린턴은 이날 성명을 통해 “오늘 세계는 가장 중요한 지도자이면서 가장 훌륭한 인간을 잃었다”면서 “역사는 만델라 전 대통령을 인간 존엄과 자유의 대변자뿐만 아니라 평화와 화해의 수호자로 기억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델라의 절친한 친구로 알려진 클린턴 지난해 만델라의 94세 생일 전날, 부인 힐러리, 딸 첼시와 함께 요하네스버그의 자택을 방문하기도 했다.

조지 HW 부시 미국 전 대통령도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가 특권임을 알게 해줬던 위대한 인물의 죽음에 아내와 나는 애통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된 후에도 자신을 가둔 교도관까지 용서한 만델라의 능력은 위대하다”고 전한 부시는 수감생활을 마친 만델라를 백악관으로 처음 초청했던 미국 대통령이다.

분야를 초월한 전세계 유명인사들도 추모행렬에 동참했다. 빌 게이츠는 “만델라는 만날 때마다 나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였다”고 회상하며 “그의 품위와 용기는 세상을 바꿨다. 그래서 오늘은 더욱 슬픈 날이다”고 전했다. 달라이 라마는 만델라에 대해 “용기와 원칙을 갖고, 흠잡을데 없이 완전무결했던 진정한 친구”라며 “만델라가 인류 평화와 화해, 통합을 위해 일했던 것을 기억하는 게 곧 그에게 돌리는 최고의 찬사”라는 메시지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렸다.

브라질의 ‘축구황제’ 펠레도 “만델라는 세계 평화를 위해 싸운, 모두의 친구이자 영웅”이라는 뜻을 전했다. 미국이 복싱영웅 무함마드 알리는 “정치적, 인종적인 차별에도 꺾이지 않은 만델라의 마음과 영혼을 영원히 기억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영화 <우리가 꿈꾸는 기적: 인빅터스>에서 만델라 역을 맡았던 배우 모건 프리먼도 “비길 데 없는 영예, 누를 수 없는 힘, 굽히지 않는 결의를 지닌 영웅”이라며 만델라를 추모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