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난민과 난민법이 있다고 아는 사람, 거의 ‘제로’이지 않나요.”

배우 정우성씨(41)가 네팔의 난민촌을 방문하고 와서 한 말이다. 지난 5월부터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 명예사절로 활동해온 정씨는 이달 3일부터 4박5일간 난민촌을 찾은 뒤 돌아와 21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배우로서가 아니라, 난민들을 만나고 난민들을 돕기 위해 일하기로 다짐한 사람으로써 가진 인터뷰였다.

유엔난민기구 명예사절로 지난 3일부터 4박5일간 네팔에 위치한 부탄 난민촌을 방문한 배우 정우성씨가 21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난민촌을 방문한 소감을 말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정씨가 간 곳은 네팔 수도 카트만두와 동부 다막에 있는 부탄 난민촌이었다. 부탄은 ‘은둔의 왕국’ 정도로만 알려져 있을 뿐, 부탄을 떠나 네팔에 피신해 있는 난민 문제는 국내에 잘 소개돼 있지 않다. 원래가 네팔계인 로트샴파트스족은 19세기말 부탄에 정착했다가 왕정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1990년 쫓겨났다. 20여년이 지나도록 부탄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네팔 내 난민촌에 머무는 이들과 그 아이들 수가 11만명에 이른다.

파란색 난민기구 팔찌를 차고 기자회견장에 나온 정씨는 “네팔에 가기 전날, 마치 촬영 전날처럼 긴장되고 잠이 안 왔다”면서 “진짜로 준비가 되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봤다”고 털어놨다. 


ⓒUNHCR/조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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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기구 명예사절이 되기 전까지는 그 역시 난민들을 ‘어려운 사람들’ 정도로만 알았지, 정확한 개념은 몰랐다고 했다. 하지만 직접 찾아가 만나면서 ‘난민’이라는 단어 안에 포함된 여러 문제들을 보게 됐다고 한다. 그는 난민들의 가장 중요한 문제가 ‘정체성’이라고 지적했다. “신분이 보장되지 않아 일자리도 얻지 못하고, 은행 계좌조차 만들지 못하는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난민촌 청소년들은 네팔에 오게 된 사연을 짧은 연극으로 만들어 정씨 일행에게 보여줬다. 정씨는 자신이 주연한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를 보고 배우를 꿈꾸게 됐다는 한 소년이 가장 마음에 넘는다고 했다. 그는 “난민촌 아이들이 배우인 나를 위해 자신들의 경험을 연극으로 보여줬다. 기교는 없었지만 그 순수함에 뭉클해졌다”며 “어떤 미래도, 꿈도 보장되지 않지만 희망을 놓지 않는 그 간절함이 느껴졌다”고 했다. 

ⓒUNHCR/조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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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는 내년 5월부터 유엔난민기구 본부의 친선대사로 활동한다. 그는 “난민과 세상 사이의 통로가 되겠다”며 “안성기 선배가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활동하면서 한국 내 유니세프 후원이 활발해졌듯이 나도 영향력 있는 홍보대사가 되기 위해 본업인 배우 일에도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