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종식의 주역’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83)이 “자신들을 냉전의 승자라고 생각한 미국의 오만이 현재 신냉전 위기를 부추겼다”고 말했다.
고르바초프는 1일 러시아 이타르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는 신냉전이 일어날 조짐들을 보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달 8일 독일 베를린 장벽 붕괴 25주년 기념 행사 연설에 이어 또다시 신냉전 도래를 경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고르바초프는 “러시아 정부가 모두 옳았다고 보진 않지만, 러시아를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태도가 신냉전 구도를 만든 원인”이라며 “동·서 통일을 이뤄내 냉전 종식에 기여한 독일마저도 분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전 세계를) 압박했지만 그들이 얻은 성과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소련 붕괴 후 러시아를 압도한 미국은 자신들이 냉전의 승자라고 생각했다”면서도 “(그러나) 지금 러시아는 필요하면 언제든 (미국을) 공격할 만한 군사력을 갖췄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지금 할 일은 공격이 아니다”라며 “현재 벌어지고 있는 신냉전 진행 과정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옛 소련 대통령 재임 당시 적극적 개혁·개방 정책을 펼쳐 서방과의 냉전 종식을 일궈냈던 고르바초프는 “(주변에서) 고르바초프처럼 영향력 있는 인사가 동참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며 “나 또한 참여할 생각이 있다. 이미 그에 대한 많은 것들을 검토했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도중 고르바초프는 조지 H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함께 냉전 종식을 선언한 1989년 몰타 정상회담도 떠올렸다. 그는 “(당시에는) 부시가 말해온 ‘신세계 질서’의 진짜 의미는 몰랐지만, 그가 옳은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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